남는 방 외국인에… 도시민박 각광
외국인 관광객 1000만 명 시대를 맞아 홈스테이 등 대체 숙소가 빠르게 늘고 있다. 16일 오후 서울 북촌 한옥마을이 관광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외국인 관광객 1000만 시대, 대한민국은 지금 숙박혁명 중이다. 한류 붐으로 해외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숙소가 부족해지자 ‘도시 민박’, ‘하우스 렌트’ 등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형태의 대체 숙소들이 빠른 속도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자녀들을 출가시킨 은퇴부부에서부터 방을 빌려주고 부수입을 올리려는 젊은 직장인까지 대체 숙소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크게 늘어나고 있으며 이를 알선하는 업체도 생겨나고 있다.
○ 외국 관광객에게 현관을 열다
음성적으로 운영되던 외국인 대상 홈스테이는 올해 외국인관광도시민박법이 발효되면서 제도권으로 편입됐다. 요건에 맞춰 지방자치단체에 신청하면 누구나 자기 집에서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합법적으로 숙박업을 할 수 있게 됐다.
한국관광공사가 운영 중인 ‘코리아스테이’를 비롯해 여러 홈스테이 알선 사이트들이 외국인과 교류하려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인기다. 한국관광공사가 외국인도시민박업으로 등록된 숙소 중 ‘우수 운영 가구’로 선정한 ‘코리아스테이’는 8월 말 현재 332가구에 이른다. 홈스테이는 외국인 중에서도 특히 한류 팬들에게 인기다.
○ 최소 투자로 수익 내는 틈새사업
대체 숙소를 찾는 외국인이 증가하자 이를 발 빠르게 사업화하는 이들도 등장하고 있다. 프리랜서 번역가인 신승현 씨(26)는 얼마 전부터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원룸을 단기임대해 주면서 부수입을 얻고 있다. 서울 이태원, 홍익대 입구, 동대문 등 주요 관광지 부근 원룸 여러 곳을 싸게 얻은 뒤 글로벌 민박알선 업체인 에어비앤비 등에 호스트(집주인)로 등록하고 원하는 관광객들에게 숙소로 빌려주는 방식이다. 신 씨는 “한 달에 보름 정도 예약이 차면 월세, 공과금을 빼고 수익이 남는다”며 “다른 숙박사업과 달리 초기 비용이 거의 안 들어 젊은 사람들도 얼마든지 도전할 수 있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민박알선회사 비앤비히어로의 조민성 대표는 에어비앤비 호스트로 활동했던 경험을 살려 아예 회사를 차렸다. 5월 서비스를 론칭한 이후 전국 800여 실을 확보했다. 조 대표는 “원래는 ‘방을 공유하자’는 데서 출발했지만 수요가 많다 보니 자연스럽게 빈집이나 원룸 등을 전문적으로 렌트하는 새로운 시장이 창출되고 있다”고 말했다.
○ 대체숙소 육성 나서는 정부
숙소 부족 문제가 외국인 관광객 확대에 최대 걸림돌이라는 지적이 계속되자 정부도 대체숙소 육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한국관광공사 측은 “외국인 관광객이 매년 10% 이상 증가하고 있지만 전국 객실 공급 증가율은 3% 미만에 머물러 수요를 따라잡기엔 역부족”이라고 밝혔다.
국토해양부는 미분양 오피스텔을 호텔로 용도 변경하는 것을 허용하기로 하고 희망업체 조사에 들어갔다. 홈스테이 운영을 목적으로 미분양 아파트를 살 경우 분양가 할인 등 인센티브도 제공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국내 소셜 숙박알선 업체와 제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연말까지 1100만 명의 관광객이 한국을 찾을 경우 수도권 객실 수요는 4만270여 실이지만 공급은 3만3954실에 머물고 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