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호 새누리당 공보단장이 16일 박근혜 대선 후보의 '인혁당사건 사과'논란과 관련해 "(박 후보가) 피해자들에게 사과한다는 말은 여러 번 했다"면서 "유신 자체를 판단 (기준)으로 한다면 그 당시 가족들, 지금까지 내려오는 사람들한테 다 사과해야 한다"고 부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사과 받을 대상은 피해 당사자이지 그 가족이나 후손까지 확대하면 너무 많아 안 된다는 얘기다.
김 단장은 이날 당 출입기자들과 오찬간담회에서 '일각에서는 박 후보가 유신체제 및 아버지의 과(過)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고 진정성 있는 사과를 요구한다'는 기자들의 질문에 사견임을 전제로 "사과라는 것이 누구에 대한 사과냐"고 반문하며 이같이 말했다.
김 단장의 이 같은 발언은 박 후보가 역사인식을 바꾸지 않은 상태에서 '사과'라는 표현을 쓰려고 하지 않는데 대한 이유를 설명하는 차원이어서 또 다른 논란이 예상된다.
그는 이어 "이게 선거를 앞두고 일이 벌어진 것이기 때문에 선거용으로 공방이 오가는 것인가, 그것과 관계없이 하는 것인가 (구분해야 한다)"고 말해 박 후보의 왜곡된 역사인식 논란이 선거를 앞둔 정치공세라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다만 김 단장은 박 후보가 과거사에 전향적인 입장을 보여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선 "언론이나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는 방향이 무엇인지, 좀 진전이 있어야 하지 않겠냐"면서도 "전향적이라는 표현이 누가 요구하는 것에 근접해 가는 게 전향적인 것인지, 또는 미래를 향해 가는 것이 전향적인 것인지는 좀 봐야 한다"고 유보적 입장을 밝혔다.
이와 관련해 민주통합당은 17일 강하게 비판했다.
민주당은 대변인 논평을 통해 "박근혜 후보가 인혁당 유가족이 동의하면 찾아가 뵙겠다고 말한 지 사흘 만에 나온 김병호 단장의 발언은 결국 박근혜 후보는 인혁당 사건의 유가족들을 만나서 억울하게 돌아가신 분들께 미안하다는 말을 대신 전해달라고 하겠다는 말이 된다
"고 지적했다.
네티즌들의 비판은 강도가 더욱 높았다.
한 네티즌은 '일본이 일제 때 무고하게 죽은 이들의 후손들에게 "사과할 것이 없다"고 하는 것과 같은 논리'라고 꼬집었다.
한편 김 단장은 민주통합당의 대선 후보로 선출된 문재인 후보에 대해선 "괜찮은 분"이라고 평했고,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 대해선 "박 후보와 비교하기가 좀 어렵다"면서 "이쪽이 객관적이면 그쪽은 주관적이고, 우리가 구체적이면 그쪽은 개념적으로 가고 있다. 스타일도 완전히 다르다"고 했다.
지난 2007년 박 후보의 대선 경선 캠프에도 참여했던 김 단장은 박 후보가 5년 전에 비해 "학습량이 늘었다. 전방위적으로 내공이 쌓였다"고 평가했다.
<동아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