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석채 회장 “3년간 개인-中企에 콘텐츠 제작 지원”
“현실적으로 이 업계에는 돈이 필요합니다. 돈이 없어 뭘 못하는 경우가 너무 많아요.”
KT가 1000억 원 규모의 영상콘텐츠 펀드를 조성해 중소기업과 1인기업의 영상 콘텐츠 제작을 돕겠다는 계획을 17일 밝혔다. 이 돈은 앞으로 3년 동안 영상과 애니메이션, 음악 등의 제작에 투자된다. KT는 올레TV와 KT스카이라이프 등 미디어분야 매출의 2%인 200억 원을 매년 투자하기로 했다. 매출이 늘어나면 이 액수도 늘릴 예정이다. 또 KT 외에 방송사업자와 콘텐츠 사업자 등 외부 투자도 받기로 했다.
KT가 제작비를 대고 장비도 싼값에 대여해 줄 테니 능력 있는 개인과 중소기업은 멋지고 창의적인 콘텐츠를 만들어 KT를 통해 서비스해 달라는 얘기다. 이렇게 되면 쉽게 투자를 받지 못했던 영세한 외주제작사가 제작비 투자를 받을 길이 다양해진다. 또 기존 지상파 방송 등 방송시장 외에 인터넷TV(IPTV)를 통해 콘텐츠 유통도 할 수 있다.
아직 KT의 방송유통채널인 IPTV와 위성방송 시청자가 적다는 것도 문제다. IPTV와 위성방송 등을 합친 KT의 시청자는 약 600만 가구고 이들이 주로 시청하는 것도 지상파 방송이 대부분이다. 이 회장은 “우리는 지금 IPTV의 잠재력을 1%도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KT가 기존 방송국처럼 각 가구로 콘텐츠를 뿌려주는 방식이 지금의 IPTV인데 연말까지 이를 바꿔 쌍방향 통신이 가능한 웹 같은 방식의 IPTV를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 회장은 “유스트림과 숨피 등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KT 플랫폼도 콘텐츠 제작자에게 매력적인 통로”라고 덧붙였다. 유스트림은 유튜브와 비슷한 미국의 동영상 서비스지만 스마트폰으로 현장을 생중계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한다. KT는 이 회사의 미국 본사에 1000만 달러를 투자했고, 유스트림코리아의 지분 51%를 소유한 최대주주다. 숨피는 미국에서 인기 있는 한류 전문 웹사이트다.
이 회장은 이 과정에서 중소기업, 심지어 1인 벤처기업과의 협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자기반성도 있었다. 예전에 KT가 최저가 입찰 한 가지 방법만으로 중소기업 제품을 공급받던 관행에 대한 얘기였다. 그는 “과거 IPTV 셋톱박스를 납품받아 보니 경쟁사 제품보다 KT의 셋톱박스가 제일 복잡하고 후졌다”며 “협력사가 자발적으로 새 기술, 새 아이디어를 들고 오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털어놓았다.
그는 “한국을 대기업으로 덮어버릴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이름 모르는 사람들이 주역이 되고 수많은 기업이 성공해야 하기 때문에 우리가 덜 가져가고 더 내놓겠다는 것이지만 이렇게 할 때 KT도 더 성장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