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원춘 살인사건 악몽’ 3개월이나 지났지만…믿거나 말거나… SNS 달구는 인육괴담
6월 열린 경기 수원시 20대 여성 피살 사건의 범인 오원춘(42)에 대한 1심 선고공판에서 수원지법 제11형사부(부장판사 이동훈)는 사형을 선고하며 이런 판단을 내렸다. 유족과 일부 누리꾼이 주장한 ‘인육 확보 목적의 살인’ 설(說)에 신빙성이 있다고 본 것이다.
오원춘 사건을 계기로 ‘인육괴담’이 펴져 나가더니 급기야 최근 온라인 게시판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중국 고위층들이 한국으로 인육 관광을 온다” “한국에도 중국에 인육을 공급하는 조직이 있다”는 등의 글이 경쟁적으로 올라오고 있다.
오원춘 사건 1심 법원은 “태연하게 시신을 훼손하고, 범행 전 두 달 동안의 통화기록을 삭제한 점으로 볼 때 단순 유기를 목적으로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막노동하며 번 돈으로 한 달에 한두 차례 성매매까지 했는데, 4년 6개월간 중국으로 송금한 돈이 5500만 원이나 되고 통장 잔액도 700만 원이라는 사실은 ‘인육 거래로 번 것 아니냐’는 의심에 불을 지폈다. 13일 열린 항소심 결심공판에서도 재판부는 오원춘에게 인육설 관련 질문을 30여 분간 캐물었을 정도로 강한 의구심을 보였다.
실제로 오원춘의 인육 관련 의혹은 대부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범행 현장 소각로에서 ‘사람의 것으로 보이는 뼛조각이 발견됐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5월 국과수 감정 결과 ‘닭뼈’ 등으로 판명됐다.
경찰은 최근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인터넷에 “오원춘 범행 현장 인근에서 150여 명의 여성이 살해돼 인육시장으로 팔려 나갔을 것”이라는 괴담이 퍼지는 것과 관련해 “오원춘이 거쳐 간 지역에 귀가하지 않았다고 신고된 여성에 대해 전수조사했지만 모두 생존해 있고, 범죄와 관련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 흉악범죄 일상화 시대의 부산물
한규철 경성대 사학과 교수는 “10월 10일은 대만의 건국기념일로 중국에서는 기념하지 않는 날이고, 부유층이 인육을 먹는다는 이야기도 들어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경찰은 “괴담을 파악하고는 있지만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이어 “피해 사실도 없어 수사는 하고 있지 않지만 상황은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경찰 관계자는 “확인되지 않은 사실로 불안을 조장하는 것은 일종의 범죄라는 점을 누리꾼들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채널A는 7월 ‘논리로 풀다-오원춘 그는 정말 인육을 노렸나?’ 편을 통해 오원춘 사건의 의혹을 소개했다. 채널A는 오원춘의 범행 현장에서 40m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폐쇄회로(CC)TV에 등장하는 여성이 인육 유통과 관련된 공범이 아니냐는 주장을 소개했다. 이에 대해 경찰은 “CCTV에 등장하는 여인이 사건과는 관계가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면서도 “야간인 데다 전봇대에 시야가 가려 여성의 신원과 사건 목격 여부는 확인하기 어렵다”고 했다. 오원춘이 시신을 훼손해 비닐봉투 356개에 나눠 담은 이유도 명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불안한 시기에 ‘소문’에 의존하는 심리가 괴담을 광범위하게 유포시키고 있다고 분석한다. 흉악범죄가 잇따라 일어나고 불황이 이어지면서, ‘부정적인’ 괴담을 찾아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려는 심리가 작용한다는 것이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요즘은 인터넷과 SNS의 보급으로 괴담 확산 속도가 빠르고 범위도 넓다”며 “괴담으로 인한 피해를 수습하는 데 드는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유포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 [채널A 영상] “중국인들, 사람고기 사러 온다” 괴담 확산
박승헌 기자 hparks@donga.com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김태웅 기자 piba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