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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하태원]‘엽기적’ 진보 스타일

입력 | 2012-09-18 03:00:00


문재인 의원이 민주통합당 대통령후보로 선출되던 그제 통합진보당도 당원결의대회를 열었지만 내홍(內訌)으로 당이 두 동강 난 탓인지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다음 날 언론에 보도된 한 장의 사진과 동영상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통진당에 잔류한 구당권파 이정희 전 공동대표와 김재연 의원이 가수 싸이의 ‘강남 스타일’을 패러디한 ‘진보 스타일’ 노래에 맞춰 춘 말춤 때문이다.

▷독설가 진중권 씨는 “강남 스타일, 가장 엽기적 버전이 여기에 있다”며 “무릎 꿇고 사과하고 눈물 흘리며 반성해도 시원찮을 판에, ‘언닌, 평양 스타일’, 신나게 말춤이나 추고 있으니. 정신병동 보는 거 같아요”라고 트위터에 올렸다. 진보정당 지지자를 자처한 사람들 중에도 “두 분은 활짝 웃으면서 춤을 추는데 웃을 수가 없네요. 저만 그런가요?”라는 톤의 메시지를 올린 사람들이 많았다. 이 전 대표는 연말 대선에 출마 의지를 밝힌 상태다.

▷이 전 대표와 김 의원이 말춤을 춘 나름의 이유는 있었다. 당일 행사의 동영상을 분석한 결과 이 전 대표는 비례대표 공천부정 논란 속에 당이 깨지게 된 상황을 돌이키면서 회한이 솟아났는지 연신 눈물을 훔쳤다. 이 전 대표는 “(학생 당원들의) 춤을 보면서 계속 울다가 끝까지 그러면 학생들에게 더 미안해질 것 같아서 꼭 참고 눈물을 닦았다”며 “그리고 같이 웃으면서 춤을 췄다. 조선 백성들 해학은 그런 거였다면서요”라고 페이스북에 썼다. 슬픔을 기쁨으로 승화시켰다는 뜻처럼 들린다. 보수논객 변희재 씨는 “유시민, 서기호, 진중권에 대한 배신감과 증오감이 북받쳤던 모양”이라고 풀이했다.

▷통진당 잔류파의 ‘진보 스타일’은 왠지 어색하다. 전 세계로 한류 열풍을 확산시키고 있는 ‘강남 스타일’은 유튜브 조회 1억9000만 건을 훌쩍 넘어섰다. 미국 방송의 진행자가 ‘강남 스타일’이 열풍을 일으키는 이유를 묻자 싸이는 우리말로 “대한민국 만세”를 외치며 “대한민국이 최고라는 뜻”이라고 당당하게 설명했다. 통진당은 어설픈 말춤 흉내에 앞서 싸이의 “대한민국 사랑”부터 배울 일이다. ‘강남 스타일’은 듣기에는 쉬워 보이지만 어려운 곡이다. 통진당은 애국가부터 제대로 부를 줄 알아야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정치를 할 수 있을 것이다.

하태원 논설위원 triplet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