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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리뷰]논리를 포기하니 초현실적인 뒷맛이…

입력 | 2012-09-18 03:00:00

연극 ‘유령 소나타’ ★★★★




연극 ‘유령 소나타’. 극단 골목길 제공

연극 ‘유령 소나타’(박근형 연출)를 제대로 이해한다는 것은 생전에 ‘천재’이자 ‘미치광이’로 불린 이 작품의 작가 아우구스트 스트린드베리(1849∼1912)의 정신세계를 온전히 이해하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일지 모르겠다. 스웨덴 극작가로서 ‘근대 연극의 아버지’라고 불린 그가 죽기 4년 전에 쓴 ‘유령…’은 작가 자신의 굴곡 많은 인생에서 얻은 깨달음과 통찰을 상징과 은유의 언어, 몽환적인 전개로 풀어낸 작품이다.

논리적인 이성으로 무장하고 팔짱을 낀 채 관람하는 관객에겐 도무지 말도 안 되는 이야기일 수 있지만, 한편으론 논리를 관장하는 ‘좌뇌’의 간섭을 최대한 배제하고 오로지 극이 주는 초현실적인 ‘맛’에 집중하면 예상외로 깊은 뒷맛을 느낄 수도 있다. 사실은 극단 골목길의 선 굵은 배우들이 펼치는 열연 덕분에 내내 팽팽한 긴장감이 유지돼 지루할 틈도 없다.

1막에서 노인(이규회)은 간밤에 벌어진 재난 현장에서 사람들을 구해낸 비범한 학생(김주완)을 우연히 만나 가난한 그를 돕기로 한다. 당초 노인의 계획은 저택에 살고 있는 대령(김주헌)에게서 모든 것을 빼앗아 복수를 하려는 것이었는데, 저택을 빼앗아 학생에게 주려는 것으로 계획을 바꾼다. 노인은 젊은 시절 사랑했던 여성과 자신의 친딸을 대령에게 빼앗겼다고 생각한다.

노인은 복수를 실행해 옮기기 위해 저택을 찾지만, 그의 옛 애인이자 대령의 부인인 미이라(정희정)는 오히려 사람들 앞에서 그의 추악한 과거를 까발리고 노인을 회개의 죽음으로 이끈다. 청년은 대령의 딸(신사랑)과 사랑에 빠지지만 딸의 정신이 이미 죽었음을 깨닫고 그를 목 졸라 죽인다. 청년은 앞의 극 전개에서는 순수하고 건실하게만 보였지만 대령의 딸을 죽이는 순간 노인의 삶, 평생 악덕하게 살았으며 과거 우유배달부 소녀를 살해한 사실을 원죄처럼 안고 살았던 그 삶과 묘하게 겹쳐진다.

: : i : : 올해 서거 100주기를 맞은 스트린드베리를 기념하는 연극제의 첫 작품이다. 10월 7일까지 서울 대학로 게릴라극장. 3만 원. 02-6012-2845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