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이상 생계형 취업 급증… 3D업종-연장근무도 불사
이 회사 관계자는 “남편이 퇴직했거나 세상을 떠난 가정의 ‘아줌마 가장’이 생계를 위해 제조라인 일자리라도 찾아 나서는 일이 최근 부쩍 늘었다”며 “채용 공고를 내보면 험한 일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아줌마 지원자 수가 남성 지원자를 뛰어넘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최근 중년 여성들이 생계를 위해 일터로 나서면서 중소기업이나 유통업계 등에서는 이들이 주된 노동 인력으로 자리 잡았다. ‘아줌마 부대’는 이에 그치지 않고 노동 강도가 세 ‘남자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도금 금형은 물론이고 각종 제조업체로도 활발하게 침투하고 있다.
경기 양주시의 한 제빵 공장 사장은 “아줌마 직원은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잔업과 연장 근무를 오히려 선호하고, 당장 생계를 이끌어야 하니 일자리를 잡으면 그만둘 생각을 하지 않아 중국동포나 외국인 노동자보다 경영자 입장에서는 고용 선호도가 높다”고 말했다. 그는 “예전에는 결혼 안 한 젊은 여성이 주로 일했고, 심지어 결혼한 여성은 사무직으로도 쓰지 않았는데 요즘은 장점이 많아 아줌마 직원을 일부러 더 뽑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50대 이상 여성 취업자는 355만1000명으로 지난해 324만2000명에 비해 30만9000명이 늘었다. 한 해 전인 2010∼2011년 증가폭 18만6000명보다 크게 늘어난 수치다. 산업 현장에서 ‘아줌마 부대’의 활약이 눈부시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활약상이 눈부시지만 그늘도 있다. 산업 현장에서 오랫동안 떨어져 주부로 지내다 다시 취업하는 이들은 전문 기술이 없고, 노동법 규정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아 피해를 보기도 한다. 생산직으로 주 6일씩 일해도 최저 임금(월 101만5740원)을 약간 웃도는 월 150만 원 선의 저임금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회사 측이 공휴일 휴무를 연차 사용으로 간주하는 등 노동법을 어기거나, 아예 휴가도 없이 임금을 체불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인천의 한 중소 휴대전화 부품업체에 다니는 김모 씨(54·여)는 “남편이 직장을 잃고 3년째 회사에 다니는데 법정 공휴일에 쉬면 연차를 소진시켜 버린다”며 “팀원 대다수가 또래의 아줌마 가장인데 당장 일을 관두면 생활이 막막해 그냥 참고 다닌다”고 털어놨다.
박승헌 기자 hparks@donga.com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