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북아서 위상 굳히기 박차
‘강한 러시아’를 구현하려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거침없는 행보가 지속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올 3월 취임 직후 “러시아는 (옛 소련권 국가 모임인) 독립국가연합(CIS) 국가들과 사회 경제 인문 사법 등의 분야에서 다방면에 걸친 협력을 발전시켜 나가는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는 내용의 대통령령을 발표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옛 소련권 국가들이 참여하는 거대한 통합체인 유라시아연합(EAU)을 2015년까지 창설하자고 제안했다. 이 구상의 핵심은 올 초 시작된 러시아-벨라루스-카자흐스탄 3국의 관세동맹에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등을 필두로 옛 소련 국가들을 차례로 끌어들여 거대 경제안보동맹체인 EAU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푸틴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5월 미국 워싱턴에서 주최한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에 불참해 파격적인 행보를 예고했다. 같은 달 새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실험을 전격적으로 실시했다. 나토의 유럽 미사일방어(MD) 체제 1단계 조치에 대한 노골적인 대응이었다. 한 달 전인 4월에는 중국과 함께 사상 처음으로 해상 연합훈련도 실시했다.
러시아는 자원의 보고인 시베리아의 에너지 개발을 통해 미국의 군사력에 대항하기 위한 자금을 확보하려 하고 있다. 2020년까지 7700억 달러(약 800조 원)의 군사비를 투입해 ICBM 개량, 차세대 전투기 사업, 핵잠수함 사업 등 국방력 개선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할 계획이다.
푸틴 대통령은 대선 유세 때부터 “미국의 달러 독점은 기생충이다” “미국이 러시아를 복속시키려 한다”는 원색적인 용어를 동원해 반미주의의 기치를 들었다. 2만 명이 넘는 희생자가 나온 시리아 사태에서 러시아가 국제사회의 비난에도 아랑곳없이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을 지지하는 것도 미국과 서방 주도의 신중동질서 구축을 좌시할 수 없다는 속내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런 푸틴 대통령의 동진 정책은 강한 러시아를 실질적으로 떠받치기 위한 경제, 외교 분야의 새로운 목표이자 도전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