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의 대표적인 대선 공약을 하나씩 꼽으라면? 전문가들은 대부분의 국민이 당장 대답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한다.
대선 경선이 시작된 이후 양당의 쟁점은 박 후보는 과거사 논란, 문 후보는 모바일 경선 논란이다. 두 사람의 국가 비전과 그 실천방안이 쟁점으로 떠오른 적이 없다. ‘내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박 후보) ‘사람이 먼저다’(문 후보) 등 슬로건뿐이다. 그렇다 보니 선거의 관심이 정책이 아닌 네거티브로 향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대선은 3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정책과 공약은 뒷전으로 밀리는 ‘퇴행 선거’가 치러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번 대선은 정책과 관련해 세 가지가 없다.
구체적인 정책도 재벌정책과 복지정책에서 일부 차이는 있지만 공통점을 찾기 어렵지 않다. 무상보육과 반값등록금은 세 사람의 공통된 주장이고 고등학교 의무교육은 박 후보와 안 원장의 공통분모다. 남북관계에 대해서도 박 후보와 문 후보 모두 남북정상회담을 하겠다고 했고, 박 후보와 안 원장은 한반도 비핵화를 강조했다. 정치쇄신에 대한 의지도 비슷하다. 이념 대결이 희석되면서 정책이 더욱 수렴되고 있다.
명지대 김형준 교수는 “경제민주화와 복지라는 누구나 공감하는 합의쟁점 외에 정작 각 후보의 차별화가 드러나는 대립 쟁점을 생산하지 못하는 ‘게으른 선거’ 양상”이라며 “새누리당은 야권이 가지고 나올 만한 이슈를 흐리기 위해 경제민주화, 복지 등 방어적 의제에만 매몰돼 있고 야권은 단일화 이벤트라는 한방주의, 한탕주의에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② 국가 개조 규모의 대형 공약
2002년 노무현 후보가 제시한 행정수도 이전은 대선 승패를 가른 결정적 요인이었다. 2007년 이명박 후보의 한반도 대운하 공약은 집권 후 천덕꾸러기가 됐지만 선거 때는 핵심 이슈였다.
대구대 홍인기 교수는 “로마시대처럼 국가가 돈을 들여서 직접 국토를 개조하는 시대는 지났고 정부는 민자가 들어올 수 있도록 유도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양극화 해소, 삶의 질 증대, 동북아 외교 등 무형적 차원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각 후보가 아이디어와 비전 부족으로 대형 공약을 제시하지 못하고, 새 정부의 ‘예고편’인 대형 공약이 없는 탓에 대선에 대한 국민의 기대감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③ 구호성 장밋빛 공약
각 후보의 정책에 대한 언론 및 전문가들의 눈초리가 매서워지면서 눈앞의 표만을 염두에 둔 무책임한 구호성 공약은 줄었다는 긍정적 평가도 나온다.
이는 이명박 대통령이 후보 시절 747(7% 성장,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 세계 경제규모 7위) 공약을 내걸었다가 5년 내내 공격을 받은 것이 반면교사가 됐다. 글로벌 경제위기가 이어지면서 향후 5년의 경제 상황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돼 장밋빛 공약을 하기 힘든 상황이라는 현실적 고민도 있다.
그러나 대선 경쟁이 본격화되면 지역 공약을 중심으로 무책임한 포퓰리즘 공약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서울대 박원호 교수는 “전반적으로 정책을 분석하려고 해도 여야 모두 내놓은 정책이 없어서 평가할 게 없을 정도”라며 “정책 검증은 연속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따져봐야 하는데 단발성으로 저지르고 보겠다는 심산 같다”고 지적했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