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들 “심심해서 재미로 괴롭혔다”
충남 공주시의 한 아파트에서 투신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박모 군은 자살 전 스마트폰 메신저 채팅창을 통해 친구들에게 맞은 부위를 찍은 사진을 올렸다. 이어 “왼쪽 어깨가 시리고 숨쉬기가 힘들다”고 자신의 처지를 하소연했다. 유족 제공
올해 3월 학기 초부터 박 군을 괴롭혀온 것으로 지목된 같은 반 친구 A 군 등 5명은 19일 오전 Y고 진로교육상담실로 불려 나온 자리에서 “왜 그렇게 집요하게 괴롭혔느냐”는 유족들의 질문에 “심심하고 재미있어서 괴롭혔다”고 말했다. 이들 가운데 B 군은 “내가 주로 괴롭히는 C 군이 있는데 박 군은 그에 비하면 많이 괴롭힌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A 군 등은 박 군 의자나 샤프펜슬 같은 학용품에 본드를 붙여 놓거나 뭉친 종이나 공으로 박 군의 머리를 맞히고 박 군 이름의 이니셜을 속옷 이름에 빗대 놀려댄 것으로 드러났다. 박 군은 이 별명을 무척 싫어해 제발 좀 부르지 말라고 호소했지만 A 군 등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고 급우들은 전했다.
박 군은 어깨와 다리 등 멍든 부위를 스스로 사진으로 찍어 중학교 동창이면서 다른 고교에 진학한 친구 등에게 카톡으로 보냈다. 카톡에서 박 군은 “암튼 지금 왼쪽 어깨가 시리고…” “숨쉬기가 힘들어” 등의 말로 고통을 하소연했다. “(사진의) 상처가 잘 안보일 테니까. 다운 받아서 확대해서 봐”라며 위로를 받고 싶어 하는 말을 하기도 했다.
박 군은 자신의 휴대전화에 “중학교 2학년 시절의 흑역사(어두운 과거)가 밝혀져 장래가 없다. 별생각 없이 (나를) 이렇게 내몬 그들을 미워하지 말라”는 내용의 메모를 남겼다. 박 군은 D 군 등으로부터 폭행을 당한 당일 자살을 하려고 했다가 카톡 메시지를 받은 친구들의 만류로 일단 미뤘던 것으로 그가 보낸 카톡에서 드러났다.
그가 투신했을 때 손에 꼭 쥐고 있던 종이 메모에는 유서 내용이 담긴 자신의 휴대전화의 위치를 어머니에게 알리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고 유족들은 전했다. 박 군은 투신한 날 어머니의 어깨를 주물러 주고 여동생에게 자신의 용돈 7000원을 주고 떡을 사주는 등 아들과 오빠로서의 마지막 역할을 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박 군의 자살 직후 학교 측은 “박 군이 중학교 때부터 소심하고 예민한 성격이었다”며 자살의 원인을 성격 탓 등으로 돌려 유족들을 분노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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