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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에 숨쉬기 힘들어…” 공주 고교생 투신자살

입력 | 2012-09-20 03:00:00

가해자들 “심심해서 재미로 괴롭혔다”




충남 공주시의 한 아파트에서 투신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박모 군은 자살 전 스마트폰 메신저 채팅창을 통해 친구들에게 맞은 부위를 찍은 사진을 올렸다. 이어 “왼쪽 어깨가 시리고 숨쉬기가 힘들다”고 자신의 처지를 하소연했다. 유족 제공

학교 폭력에 시달리던 고교생이 목숨을 끊었다. 충남 공주시 Y고교 1학년 박모 군(17)이 18일 오후 10시 22분경 공주시 신관동 한 아파트 화단에 숨져 있는 것을 주민들이 발견해 신고했다. 경찰은 폐쇄회로(CC)TV 조사 결과 박 군이 이 아파트 23층에서 몸을 던진 것으로 보고 있다. 박 군은 자살하기 이틀 전 친구들로부터 심하게 폭행당해 이를 비관해왔던 것으로 밝혀졌다.

올해 3월 학기 초부터 박 군을 괴롭혀온 것으로 지목된 같은 반 친구 A 군 등 5명은 19일 오전 Y고 진로교육상담실로 불려 나온 자리에서 “왜 그렇게 집요하게 괴롭혔느냐”는 유족들의 질문에 “심심하고 재미있어서 괴롭혔다”고 말했다. 이들 가운데 B 군은 “내가 주로 괴롭히는 C 군이 있는데 박 군은 그에 비하면 많이 괴롭힌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A 군 등은 박 군 의자나 샤프펜슬 같은 학용품에 본드를 붙여 놓거나 뭉친 종이나 공으로 박 군의 머리를 맞히고 박 군 이름의 이니셜을 속옷 이름에 빗대 놀려댄 것으로 드러났다. 박 군은 이 별명을 무척 싫어해 제발 좀 부르지 말라고 호소했지만 A 군 등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고 급우들은 전했다.

이들 말고도 같은 반의 다른 친구인 D 군 등 3명은 박 군이 자살하기 이틀 전인 16일 오후 7시 반경 교내 화장실로 박 군을 끌고 가 주먹 등으로 16대가량을 때린 것으로 드러났다. D 군 등이 수업을 빼먹은 사실을 박 군이 교사에게 고자질했다며 폭력을 행사한 사실도 확인됐다. 15일 오후 자습시간에 교사가 들어와 “왜 이렇게 학생들이 없느냐”고 물었을 때 박 군이 “주변 공주보에서 영페스티벌이 열린다”고 대답했는데 이를 D 군 등은 고자질로 규정했다. 박 군은 폭력을 당한 뒤 친구들에게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에서 “나는 그냥 공주보에서 축제를 한다던데라고 말했을 뿐”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박 군은 어깨와 다리 등 멍든 부위를 스스로 사진으로 찍어 중학교 동창이면서 다른 고교에 진학한 친구 등에게 카톡으로 보냈다. 카톡에서 박 군은 “암튼 지금 왼쪽 어깨가 시리고…” “숨쉬기가 힘들어” 등의 말로 고통을 하소연했다. “(사진의) 상처가 잘 안보일 테니까. 다운 받아서 확대해서 봐”라며 위로를 받고 싶어 하는 말을 하기도 했다.

박 군은 자신의 휴대전화에 “중학교 2학년 시절의 흑역사(어두운 과거)가 밝혀져 장래가 없다. 별생각 없이 (나를) 이렇게 내몬 그들을 미워하지 말라”는 내용의 메모를 남겼다. 박 군은 D 군 등으로부터 폭행을 당한 당일 자살을 하려고 했다가 카톡 메시지를 받은 친구들의 만류로 일단 미뤘던 것으로 그가 보낸 카톡에서 드러났다.

그가 투신했을 때 손에 꼭 쥐고 있던 종이 메모에는 유서 내용이 담긴 자신의 휴대전화의 위치를 어머니에게 알리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고 유족들은 전했다. 박 군은 투신한 날 어머니의 어깨를 주물러 주고 여동생에게 자신의 용돈 7000원을 주고 떡을 사주는 등 아들과 오빠로서의 마지막 역할을 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박 군의 자살 직후 학교 측은 “박 군이 중학교 때부터 소심하고 예민한 성격이었다”며 자살의 원인을 성격 탓 등으로 돌려 유족들을 분노하게 했다.

공주=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 [채널A 영상] “재미로 괴롭혔다” 학교폭력 시달린 고교생 유서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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