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후 7시 반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 상습절도 혐의로 피고인석에 선 배모 씨(44)에게 담당 재판부(형사합의30부·부장판사 설범식)는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배 씨가 법정에 선 것은 이번이 8번째다. 취객의 지갑을 훔친 죄에 비해 중형이 내려졌지만 상습절도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게 돼 있기 때문이다.
그는 28세이던 1996년 처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지하철역에 쓰러져 있던 취객의 2만5000원짜리 서류가방을 훔친 혐의였다. 가방에 현금은 없었다. 집행유예 기간이 끝나자마자 또 취객의 지갑에 손을 댔다. 직불카드와 주민등록증만 들어있었다. 그 일로 교도소에서 10개월을 보냈다.
배 씨는 출소 후 식당에서 종업원으로 새 삶을 살아보려고 했다. 하지만 전과자 딱지 탓에 늘 생활고에 시달렸고 다시 범죄의 늪에 빠져들었다. 그러면서 출소하면 다시 절도를 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취객의 물건에만 손을 댔지 흉기나 위력은 쓰지 않았다. 훔친 돈 총액은 150만 원이 채 안 되지만 총 15년 8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2004년 반지갑(시가 10만 원)과 휴대전화(시가 45만 원)를 훔친 게 가장 큰 범죄였다.
“한 달 전 교도소에서 나올 때 받은 영치금 30만 원으로 22만 원짜리 월세방을 구하고 남은 8만 원으로 생활해왔는데,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또 남의 물건에 손을 댔습니다.”
배 씨는 뉘우치는 모습이 역력했지만 현행법상 중형은 피할 수 없었다. 고개를 숙인 채 법정을 나서는 모습을 지켜보던 방청객들은 착잡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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