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카미야 요시부미 아사히신문 주필
“일본인에게는 보여주지 않을 거요. ‘댜오위다오(釣魚島·일본명 센카쿠 열도)는 중국 영토’라고 쓴 플래카드라도 가져가 보시오.”
中 반일감정 예상 뛰어넘어
댜오위다오는 동중국해에서 일본이 실효 지배하는 센카쿠(尖閣) 열도를 뜻한다. 일본 정부가 민간인 주인에게서 사들여 국유화한 직후였는데 이 뉴스가 중국에서도 크게 보도되고 있었다.
센카쿠 열도를 국유화했다고 하지만 지금까지 민간인에게 빌려 관리했던 섬을 국가가 사들인 것뿐이다. 하지만 국유화라고 하는 말이 자극적으로 들렸기 때문에 중국 정부가 강경자세를 취했고 민중도 전국 각지에서 시위에 나섰다. 시위대는 차츰 폭도로 변해 일본계 백화점 등이 차례로 습격당해 엉망으로 부서졌다. 길에는 일본제 자동차가 불타거나 뒤집혀 있었다.
한편 대량의 어선이 센카쿠 열도 방면으로 출발했고 여기에 맞춰 중국의 감시선과 일본의 순시선이 서로 대립하고 있다. 머지않아 중국 해군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설마라고 생각하지만 탄력을 받아 무력충돌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센카쿠 열도는 오키나와(沖승)의 일부로 오랫동안 일본이 지배해 왔지만 중국은 주변에 해저자원의 존재가 확인된 1970년경 영유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 옛날 센카쿠 열도는 대만에 속했기 때문에 중국영토라는 주장이다. 1972년에 일중 양국이 국교를 맺을 때도, 1978년 일중 평화우호조약을 맺을 때도, 중국 측은 이 문제를 거론하지 않고 보류 방침을 명확하게 했다.
“다음 세대는 좀더 지혜가 있을 것이다. 그때는 모두가 받아들일 좋은 해결방법을 찾아낼 것이다.”
‘센카쿠 열도에 영토 문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자세를 유지해 온 일본이 일부러 섬을 매입한 것은 이유가 있다.
도쿄(東京)도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지사가 “섬을 도쿄도가 매입해 활용함으로써 중국으로부터 지킬 것”이라고 큰소리쳤다. 중국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섬 상륙을 허락하지 않거나 시설을 설치하지 않았던 정부의 자세를 통렬하게 비판했다.
日 우경화 목소리 점점 높아져
이시하라 씨로 말하자면 일본의 과거 아시아 침략을 옹호해 중국의 격렬한 비판을 반복해서 받아온 민족파의 대표격인 인물이다. 그가 섬을 손에 넣으면 중국과의 심한 마찰을 피할 수 없다고 본 정부가 “그렇다면 국가가 매입해 원만하게 관리하자”고 생각한 것이다. 외교 경로로 거듭 설명했기 때문에 중국 정부도 진의를 알아줬다고 봤지만 완전히 달랐다.
수법이 거칠긴 하지만 일본에 원한을 푸는 중국인의 기분에 동정적일까. 그렇지 않으면 근대사회와 거리가 먼 무법사회라고 생각할까. 그런 것들이 신경 쓰인다.
올여름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으로 일본인은 심한 충격을 받았지만 한국의 기업과 음식점이 습격당했다는 이야기는 들리지 않는다. 더구나 독도에 상륙하자거나 자위대를 보내자는 이야기는 전혀 없다. 일본이 어떤 항의 수단으로 한국을 화나게 해도 그 방법은 중국과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평화적이다.
이 대통령도 실은 그런 안심하는 마음이 있으니까 큰마음 먹고 독도를 방문했을 것이다. 상대가 중국이라도 같은 행동을 했을까. 이시하라 지사는 이 대통령을 보고 일본 총리도 센카쿠 열도에 가야만 한다고 용감히 말한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일중 관계는 파멸로 가게 될 것이다.
일본에서는 “왜 우리만 당하고 있는가”라는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섬을 사자고 하는 이시하라 지사의 도발이 결과적으로 중국의 격렬한 민족감정을 부추겼다.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이 중국의 강경 자세를 촉발시켰다는 주장도 있다. 현재 일본은 중국에 흔들리고 한국에 초조해하면서 우경화의 공기가 서서히 퍼져가고 있다. 동아시아의 슬픈 악순환이다.
와카미야 요시부미 아사히신문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