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신문과 놀자!/나의 NIE]신문은 강의-연구-컨설팅을 살려주는 고마운 존재

입력 | 2012-09-20 03:00:00

이상호 순천대 농업경제학과 교수




나에게 신문은 강의를 여는 마중물이다. 오랫동안 강의를 했지만 강의의 머리말을 시작하는 일은 항상 어렵다. 수업시간마다 “오늘 강의는 몇 장, 몇 쪽부터입니다”라는 딱딱한 말로 시작할 수 없으니까. 이럴 때 적절한 신문기사를 소개하면 강의에 대한 흥미를 유발하는 동시에 경제 사회 문화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데 도움이 된다.

딱딱하고 재미없는 교과서의 이론만 강의하면 학생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런 강의는 잘못하면 학생이 아니라 선생만 공부하는 최악의 경우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농업경제학과라고 하면 농업과 관련된 내용을 배운다고 막연히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농업경제학과에서 다루는 영역은 생각보다 훨씬 넓고 깊다. 농업과 관련해 발생하는 여러 경제현상을 연구하여 농업의 발전과 경제의 다른 부분과의 관련성을 고찰한다. 필자가 경제이론에 대해서도 강의하는 이유다.

학생들은 경제라고 하면 손사래부터 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강의 때마다 고민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경제이론에다 현장의 살아있는 사례를 소개한다. 여기서 신문은 참 소중하고 고마운 교재다. 이렇게 강의하면 이론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뿐만 아니라 이론을 현실에 적용할 수 있는 응용력을 기를 수 있다.

이처럼 신문은 이론과 현실을 연결하는 매체일 뿐만 아니라 교과서의 낡은 자료에 새생명을 불어넣는 살아있는 정보이다. 신문에 나오는 최신 자료를 활용함으로써 학생들은 최근 경향을 파악할 수 있다. 경제기사는 학생이 현실경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수업시간에 배운 경제이론을 실물 경제 문제에 응용하는 좋은 기회다. 예를 들어 최근 경제성장률과 무역수지에 대한 기사는 한국 경제의 흐름과 추세를 파악하는 데 적합하다. 이론을 백 번 공부하기보다 한 번의 실제 사례가 더욱 중요하므로 신문의 경제기사는 좋은 수업교재이다.

신문을 읽으면 세상을 만나고 현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신문을 읽다 보면 내가 보고 싶은 점만이 아니라 내가 봐야 하는 다양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관련 전공 분야의 논문이나 교과서만 보면 생각의 범위가 좁아지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는다. 이럴 때 신문은 보물창고와 같다.

신문은 가장 최신의 내용을 다룬다. 연구실에 묻혀 사는 연구자가 놓치기 쉬운 여러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준다. 신문 읽기는 새로운 연구주제를 찾는 지름길이며 문제 해결의 실타래를 푸는 첫걸음이다.

필자에게 연구란 현실의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인은 연구 결과가 얼마나 현실에 적용 가능한가 하는 점이다. 현실성을 상실한 연구는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하다. 연구현장과 멀어지지 않으면서 연구 결과를 현장 속에 적용할 방법을 찾는 좋은 방법은 신문을 활용하는 것이다. 신문은 현실의 문제를 찾도록 하는 살아있는 현장일 뿐만 아니라 해답의 실마리를 가진 팔방미인과 같은 존재이다.

현장에서 컨설팅을 하면 “맞는 얘기긴 한데” “참 좋은 아이디어인데”라는 느낌을 받는다. 뭔가 부족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현실성과 구체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죽어있는 컨설팅을 살려주는 감초 같은 역할도 신문이 제격이다. 현실적이고 적절한 사례 소개는 단비를 기다리는 사람의 갈증을 단숨에 해결한다. 감초 하나가 한약의 효과를 배가하듯이 신문은 내 강의와 연구, 그리고 현장 컨설팅을 살려주는 고마운 존재이다.

나는 오늘도 신문을 읽는다. 단순히 읽는 데 그치지 않는다. 신문을 통해 세상을 만나고 공부한다. 내가 봐야 하지만 보지 못하고, 들어야 하지만 듣지 못한 세계를 찾아서.

이상호 순천대 농업경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