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이남훈의 ‘고전에서 배우는 투자’]승리에 대한 역발상

입력 | 2012-09-20 03:00:00


상대방으로부터 진심 어린 충성을 얻어내는 건 전쟁뿐 아니라 직장생활에서도 '승리'하기 위한 중요한 요소다.

우리는 늘 경쟁을 하고 산다.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이런 삶의 환경과 구도를 다르게 만들어 볼 수는 없을까. 제갈공명이 보여준 ‘판을 뒤집는 역발상’은 우리에게 새로운 힌트를 준다.

제갈공명의 천재적 작전 중 하나가 바로 남만 정벌에서 유래한 ‘칠종칠금(七縱七擒)’이다. 남만지역의 우두머리인 맹획을 일곱 번 사로잡았다가 일곱 번 풀어줬다는 이야기다. 당시 공명은 남만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지역이 워낙 먼 데다 황량해서 한 번 정복한다고 해서 완전한 ‘내 땅’이 되기는 힘들다는 점이 문제였다. 좀더 정확히 말하자면, 한 번 이긴다 해도 나중에 다시 반란이 일어날 경우 군사를 일으켜 싸우러 가는 것 자체가 어려웠다. 이럴 때 대부분은 현지에 관리자를 두는 방안을 선택한다.

그러나 제갈공명은 전혀 다른 차원으로 문제를 끌고 갔다. 공명은 ‘관리자가 없으면 안 되나’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렇게 하려면 싸움에서 승리하는 것뿐 아니라 적들의 마음을 완벽히 복종시키고 진심으로 충성하게 만들어야 했다. 그래서 공명은 남만의 적장 맹획을 일곱 번 사로잡고 일곱 번 풀어주는 전략을 구사한 것이다. 맹획은 ‘아무리 해봐야 제갈공명을 이길 수는 없구나’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통감했고 마음에서 우러나는 복종을 했다.

판은 다시 짜였다. ‘늘 반란을 꿈꾸는 맹획과 (맹획과 싸우는) 제갈공명의 관리자, 그리고 제갈공명’이라는 판이 아니라 ‘충성을 다하는 부하로서의 맹획과 제갈공명’으로 판이 형성된 것이다. 제갈공명은 승리와 싸움에 관한 역발상을 시도했다. 상대를 무력화하고 괴멸시키는 게 아닌, 상대로부터 진심 어린 충성을 얻어냄으로써 승리를 한 것이다. 치명적인 굴욕감을 안고 패배할 경우 복수의 악순환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하지만 적, 즉 상대방에게 감동을 줘 마음에서 우러나는 존경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자. 과격하고 전투적이었던 삶이 보다 부드럽고 풍요롭게 변할 것이다.

이남훈 경제경영 전문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