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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충남]충남 홍성 석택리 취락방어용 도랑 ‘환호 유적’ 발굴 논란

입력 | 2012-09-20 03:00:00

道-문화재청 “모래로 덮은뒤 원형보존”
향토 사학자 “전체구간 발굴 계속돼야”




충남 홍성군 홍북면 내포신도시 진입도로 공사 중에 발견돼 논란이 일고 있는 환호 유적. 홍성=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충남도청이 이전하는 내포신도시 진입도로 공사 현장에서 원삼국시대(기원전후 시점부터 300년간) 것으로 추정되는 유적이 발굴돼 보존 및 도로 개설 방법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19일 충남도와 문화재청에 따르면 올 6월 대전∼당진 고속도로 수덕사나들목과 내포신도시 사이 진입도로 공사 구간인 홍성군 홍북면 석택리 구릉지에서 대규모 ‘환호’(環濠·취락을 방어하기 위해 설치한 도랑)와 ‘주구묘’(周溝墓·주위에 도랑을 파 무덤 경계를 표시한 무덤)가 발굴됐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에서도 처음 발굴된 매우 중요한 유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충남도는 문화재청 문화재심의위원회의 의견에 따라 환호취락 지구에 150m 길이의 터널을 뚫어 유적 밑으로 도로를 개설하기로 했다. 또 인근 주구묘 유적이 발굴된 50m 구간도 터널로 공사할 계획이다. 충남도는 터널 공사에 필요한 예산은 3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발굴과 보존방법을 둘러싸고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충남도와 문화재청은 발굴이 진행되고 있는 유적에 대해선 일단 모래와 마사토 등으로 덮은 뒤 원형을 보존해두자고 주장한다. 진입도로 공사를 위해 당장 발굴하지 않겠다는 것.

반면 향토사학자들과 일부 문화재 자문위원은 발굴을 계속 진행해야 한다는 견해다. 한 위원은 “진입도로 공사 중 이미 표면으로 드러난 환호나 주구묘를 예산상의 이유로 일단 덮어둔다면 원형이 훼손돼 나중에 원형 복원이 불가능하다”며 “원형복원과 국가사적지로 지정받기 위해 전체구간 발굴이 계속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발굴을 계속해 학술자료를 만들고 학술보고회가 이뤄진 뒤에야 사적지로 지정이 가능하다”며 “특히 수습유물들을 전시할 수 있는 유물전시관도 건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성군 관계자는 “내포지역 유물을 전시할 수 있는 국립이나 도립 박물관 건립 계획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충남도청신도시 주 진입도로는 수덕사나들목과 도청신도시를 연결하는 총연장 8.43km로 총 1117억2000만 원이 투입돼 2014년 6월에 완공될 예정으로 지난해 7월 착공됐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