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이판 라오라오베이 골프 투어
라오라오베이 골프코스의 시그니처 홀인 이스트 6번홀(파3·142m). 거친 파도가 몰아치는 해안 절벽 건너로 그린이 보인다. 사이판과 로타의 골프코스는 모두 이렇게 바다를 가로지르거나 바다가 조망되는 곳에 자리잡았다.
여행은 힘들여 수고해야 하는 육체 행위다. 그런 만큼 휴식과는 거리가 있다. 물론 일상 탈피로 얻는 정신적 자유가 휴식의 효과를 내는 것은 인정하지만, 그래도 육체적 피로만은 피할 수 없다. 그러니 온전한 휴식이란 애초에 가당치 않다. 진정 휴식을 원한다면 휴식에 적합한 곳을 찾아 떠나야 한다.
그런 면에서 사이판은 최고의 휴식 여행지다. 인천에서 네 시간, 그것도 아시아나항공이 매일 두 번 출발해 스케줄도 편리하다. 월요일 오전 7시 도착 편도 있어 2, 3일의 주말여행도 가능하다. 태평양은 오대양 중 가장 아름답고 섬은 휴양지로 잘 가꿔졌다. 하와이(오아후 빅아일랜드) 괌 사이판(이상 북태평양), 피지 프렌치폴리네시아(타히티 무레아 보라보라 섬) 이스터(남태평양) 등등. 구미에선 버킷리스트의 필수항목이다. 그런데 정작 지척의 우린 잘 모른다. 등잔 밑은 늘 어둡다.
이 중 최고 인기는 대우건설의 라오라오베이 골프 앤드 리조트다. 라오라오베이는 사이판 섬 동남부의 작은 만(灣). 해안 절벽 가장자리의 이스트(18홀)와 대부분 숲 속인 웨스트(18홀) 등 두 개의 코스에 럭셔리 객실(54실)을 갖춘 고급 골프리조트다. 여기선 언어소통에 문제가 없다. 곳곳에 한국인 직원이 있어서다. 언덕 위 클럽하우스도 특별하다. 야외 테라스는 물론 통유리창의 뷔페식당에서도 라오라오 만을 배경으로 조성된 세 홀이 훤히 보인다. 바다와 하늘과 어우러져 펼쳐내는 현란한 풍광을 고스란히 즐길 수 있도록 지어졌다.
휴양지 골프의 핵심은 여유다. 어려워서도 안 되고 재미를 앗아갈 만큼 쉬워서도 안 된다. 그런 면에서 라오라오베이 코스는 완벽하다. 적당히 어렵고 적당히 쉽다. 웨스트 코스에선 자신이 태평양 섬에 와 있는지조차 잊게 할 정도로 숲 풍치가 인상적이다. 반면 이스트 코스에선 언제 어디서고 내가 섬에 와 있음이 각인된다. 늘 바다를 보며 게임하기 때문인데 그 백미는 6번홀(파3·142m·핸디캡15). 오른쪽으로 깊숙이 파고들어 온 해안선을 가로질러 절벽 위 그린을 향해 샷을 한다. 이 홀을 포함해 4번부터 7번까지 잇따른 네 홀이 모두 이처럼 해안 절벽 가장자리에 있는 챌린징 홀이다. 사이판까지 찾은 보람을 주고도 남는 완벽한 랜드마크 홀이다.
마리아나 컨트리클럽은 적당한 가격으로 무제한 라운드를 즐길 수 있어 인기가 높다. 이곳 역시 객실을 갖춘 리조트다.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해안 산 중턱에 다양한 야외 자쿠지를 갖춘 스파도 인기다. 골프코스는 해발 100m 마피산 중턱. 조경과 코스 설계, 설비와 관리는 라오라오베이 골프코스에 비해 떨어진다. 풍치도 바다가 조망되기는 하나 멀리 바라다보이는 정도다. 무제한 라운드의 그린피는 하루 190달러(약 21만 원·10∼12월)다.
사이판=글·사진 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