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격만 높여 성범죄 늘어, 재검토해야” ▼
김상권 한라대 경영학과 교수
특별법은 성매매 수요와 공급을 동시에 줄이는 효과가 있었다. 성 매수자와 성 매도자에 대한 처벌이 과거보다 강화됐기 때문이다. 이런 효과가 가장 먼저 가시화된 곳은 집창촌이다. 성매매 여성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격렬한 시위를 벌일 정도로 특별법 이후 그곳의 손님은 급감했다. 그러나 단속이 어려운 집창촌 밖 성매매는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주택가까지 유사 성매매업소가 침투해 있을 정도다. 강력한 단속이 없다면 특별법은 유명무실해질 수밖에 없다. 2008년 1만5468건이었던 성매매 적발 건수가 대대적인 단속을 편 2009년에는 2만4329건으로 늘었다. 단속 강도에 따라 1만 건 차가 날 정도로 특별법의 실효성은 단속에 달려 있다.
본능적 욕구는 변함이 없는데 출구가 막혀 있으면 부작용이 발생한다. 노벨상 수상 경제학자 게리 베커 교수는 범죄를 저질러 얻는 수익이 범죄 행위로 인해 지불하게 될 비용보다 크다면 범죄가 일어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성범죄도 범죄를 통해 얻어지는 만족이 지불해야 할 비용보다 크다면 발생한다.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검거될 경우 치러야 할 비용은 수감 생활에 따른 정신적 물질적 피해다. 저소득층의 경우 소득이 낮기 때문에 수감으로 인해 치러야 할 비용은 매우 낮다. 이를 성범죄에 적용해 보면 결국 저소득층이 성범죄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미성년자 대상 성 폭력범이 대부분 무직자라는 사실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성폭력 범죄 발생 건수는 2007년 인구 10만 명당 27.6건에서 2011년에는 39.2건으로 증가했다. 아동 대상 성폭력은 같은 기간 6.4%에서 10.5%로 4.1%포인트 증가했다. 특별법 시행 이전 6년(1999∼2004년)과 이후 6년(2005∼2010년)을 비교하면 생활수준 상·중·하 구분에서 하류 저소득층이 성폭력 범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0.5%에서 73.5%로 3%포인트나 증가했다. 반면 동일한 기간에 저소득층 절도범은 73.8%에서 72.6%로 1.2%포인트 감소했고, 강도범은 76.6%에서 78%로 1.4%포인트 증가에 그쳤다. 결국 특별법 시행 이후 저소득층에서 성폭력범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는 뜻이다.
최근 성폭력이 빈발하자 범죄자들에게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화학적 거세, 사형, 무기징역… 듣기만 해도 섬뜩하다.
성매매특별법 이후 집창촌이 있던 자리에는 첨단 오피스텔, 아파트, 상업시설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성매매 여성들은 생존을 위해 뿔뿔이 흩어졌으며 일부는 남아 생존권 보장을 외치고 있다. 그곳을 찾던 손님들은 주택가 퇴폐업소로 발길을 돌렸다. 그마저도 여의치 않은 저소득층은 어두운 밤거리를 헤매고 있다. 성매매는 여전히 성행하고 있고, 성범죄는 점점 더 흉포화되고 있다. 단속을 강력히 하면 특별법의 고귀한 입법목적은 달성될 수 있다. 그러나 그에 따른 부작용을 감내할 만큼 성매매특별법이 가치가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할 때다.
김상권 한라대 경영학과 교수
:: 필자 소개 ::
고려대 경제학과를 나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으로 5년간 재직했다. 산업조직학회 이사를 지냈다.
▼ “성매매 합법화하는 건 또다른 폭력” ▼
정재원 서울대 국제대학원 강사
성매매를 금지해 성폭력이 늘고 있다는 논리가 맞는다면, 성산업이 발달하지 않았던 옛 사회주의 사회에서는 성폭행이 만연했어야 했다. 또 스웨덴을 비롯한 북유럽에서는 현재 성매매업에 종사하는 여성의 수가 수천 명에 불과한데, 이렇게 공급자가 없다면 성폭행은 상시적으로 일어나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다.
또 다른 예를 보자. 수원 여성 토막 살해범인 오원춘은 일상적으로 성매매를 했으면서도 다른 여성을 상대로 강간을 시도했다. 결국 성이라는 특성상 주변에 성매매 업소가 많아 여성을 사는 행위가 쉬울수록 성폭력이 줄고, 성매매를 할 수 있는 곳이 적어 이를 사고파는 것이 불편할수록 성폭력이 늘어난다는 주장은 상식에 맞지 않는다.
성매매 문제는 현재 특정 법으로 인해 발생하는 특정 여성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미래의 모든 여성들의 문제다. 성매매는 대부분의 남성이 일방적으로 여성을 구매하고 여성은 상대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없는, ‘성적 자기 결정권’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폭력이다. 이런 반인간적 범죄를 축소하거나 근절하기 위해서는 오랜 기간 사회의 노력이 요구되는 데도 당장 별로 효과가 없다는 논리로 성매매를 옹호하는 것은 궤변에 불과하다.
성매매 업소를 쉽게 허가해 주고 이 업소들은 또 불법 업소들과 결탁한다. 성매매를 접대 관행으로 여기는 사회 문화 속에서는 법이 제대로 집행될 수 없다. 성 접대 유흥문화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남성은 거의 없으며, 권력과 부가 몰려 있는 곳에서는 더욱 그렇다. 성산업을 사실상 지지하는 집단이 사회 곳곳에 존재하는 한 성매매 특별법은 효과를 발휘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이런 현실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성매매가 줄지 않고 주택가로 번지고 있다는 이유로 특별법을 폐지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부당하다.
성매매 여성들은 대개 청소년기부터 성매매를 시작한다. 각종 질병에 시달리거나 처음부터 정신적 장애를 가지고 있는 경우도 많다. 게다가 빈곤, 가정불화 등으로 사회가 요구하는 지식과 기술을 배우지 못해 평생 주변적 삶을 살아가기 쉽다. 이런 현실을 두고 ‘자발적 매춘’ 운운하는 주장은 궤변 중의 궤변이다.
많은 사람은 또 성매매가 가장 오래된 직업이며 미래에도 사라지지 않을 직업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렇게 따지면 어디 성매매뿐인가. 빈곤과 전쟁, 마약과 범죄 역시 단 한 번도 사라진 적이 없고 앞으로도 사라지지 않는다. 인류는 그것들을 축소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 왔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성매매도 마찬가지다.
여당의 대통령 후보가 여성이 된 마당에 수많은 여성이 각종 성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한국의 현실은 세계 10대 경제대국이라는 말이 부끄러울 정도다. 여성의 일자리를 늘리고 의료, 교육 등의 복지를 대폭 확충해 여성들이 성매매로 빠지지 않아도 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성 접대비를 생산적인 복지비용으로 돌리고 여성 접대 제도를 없애야 하며, 성매매 업소를 지역 복지시설로 업종 전환할 수 있도록 국가와 시민사회가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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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원 서울대 국제대학원 강사
:: 필자 소개 ::
고려대 노문과를 졸업하고 러시아학술원 사회학연구소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대 여성연구소 선임연구원을 지냈으며 현재 인권연대 강사, 한국여성인권중앙진흥원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