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만난 신원호 PD의 모습은 ‘응답하라…’ 촬영 초기에 현장에서 찍은 이 모습보다 많이 야위었다. 몸무게가 15kg나 빠졌다고 했다. 막바지엔 태풍 볼라벤과 덴빈 탓에 고생이 더 컸다. CJ E&M 제공
18일 종영한 케이블 채널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7’ 기획 문서에 적힌 마지막 문구다.
회신이 없을 수도 있었다. 그렇지만 팬들은 응답했다. 남성 아이돌 그룹 ‘H.O.T.’와 ‘젝스키스’ 팬으로 나뉜 당시 열혈 여성 팬들, 이른바 ‘빠순이’ 문화를 다룬 이 드라마는 케이블 사상 드라마 최고시청률을 달성했다(평균 7.5%·TNms리서치 케이블 가입가구 기준). 1990년대 소품들과 배경음악, 걸쭉한 부산 사투리도 화제였다. 삐삐, DDR, 워크맨, 다마고치가 등장할 때 시청자들은 추억에 잠겼고 드라마 속 TV에서 외환위기에 관한 뉴스 영상이 나올 땐 울컥했다.
본디 그는 2004년부터 ‘여걸식스’ ‘올드미스 다이어리’ ‘1박 2일’ ‘남자의 자격’을 연출한 예능 PD였다. 지상파에서 케이블로 무대를 옮긴 데다 예능 출신 PD가 드라마를 하자니 시작부터 고충이 컸다.
“야구 선수가 축구를 하려고 하니…. 불안감이야 말도 못했죠. 캐스팅 때도 무척 힘들었고…. ‘빽도 아니면 도’라는 마음으로 매달렸어요.”
하지만 예능 PD의 ‘끼’는 장점이 됐다. 예능에서 빠른 호흡으로 밀도 있게 프로그램을 만들던 경험이 드라마 연출에서 빛을 발했다. 이 드라마는 매회가 퍼즐 같았다. 에피소드 제목의 의미를 모르다 마지막 3분에 그 이유를 깨닫게 된다. ‘여주인공 시원(정은지)의 남편이 누굴까’로 시작했던 첫 회는 마지막 회 결정적 순간에 그 답이 공개되며 끝난다.
“한마디로 ‘이야기꾼의 낚시’예요. 치밀하게 짜서 화장실도 못 가게 만드는 그런 드라마로 만들려고 했습니다. 예능 프로는 잠깐 놓치면 웃음 포인트가 두세 개 휙 지나가버리죠. 기존 드라마 작법과는 달라 보였을 겁니다.”
“복고의 아련함이죠. 사투리라면 표현이 잘될 거라고 판단했습니다. 수집가를 찾아다니며 소품 하나하나 신경 썼어요. 촬영이 끝나고 제 소품만 해도 보따리 세 개더군요(웃음).”
그에게 ‘응답하라…’는 첫 드라마 작품인 만큼 애착이 크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물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모두 누군가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가득 차 있어요. ‘응답하라…’도 옛날 얘기를 하는 것 같지만 사실 지금 얘기죠. 제가 94학번인데 서태지 시대를 배경으로 하면 어떨까요? 에이, 아류가 될 것 같음 안 할래요. 하하.”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