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윤종 문화부장
“한글날을 공휴일로” 복원 논의 활발
10월 9일 한글날은 광복 이후 공휴일이었지만 1991년 ‘공휴일이 많아 경제 발전에 지장을 준다’는 이유로 제외되었다. 30대 초반이라면 한글날 학교에 가지 않은 일이 기억에 희미할 것이다. 청원서에서 보듯 공휴일 복원 논의도 활발하다. 문화체육관광부의 ‘한글날 공휴일 지정에 대한 조사’에서 찬성은 2009년 68%, 지난해 76.3%, 올해 83.6%로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광식 문화부 장관도 17일 ‘공휴일에 관한 법안은 행정안전위원회 소관’이라고 전제하며 “국회에서 한글날을 다시 공휴일로 지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법률 제정도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내년 달력에서는 한글날에 빨간 표시를 보게 될까.
울리히 슈나벨의 책 ‘휴식’(걷는나무)은 휴식이 주는 집중력과 평온함이야말로 창조성의 기반이라고 강조한다. 대한민국의 근로자가 가을날 하루를 쉬면서 마련할 새로운 아이디어와 활력은 1년의 300분의 1에 해당하는 근로일의 생산량보다 클 수 있다. 한글날연합은 “한글날 공휴일 지정은 4조9066억 원의 경제효과를 발생시켜 내수경기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고도 설명했다.
여기까지의 담론이 다루지 않은 부분도 있다. 오늘날 한국은 세계를 향해 수많은 문화콘텐츠를 발신하는 기지가 되었다. 최근 싸이의 ‘강남스타일’ 열풍에서 보듯 유튜브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지금까지 상상도 못했던 일들을 현실로 만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외국인들에게 한글날을 ‘한국 문화의 날’로 각인시키면 어떨까.
명칭을 바꿀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이미 한글은 한국 문화의 중심으로 커다란 상징성을 갖고 있다. 그 창조 과정이, 반대를 이겨낸 세종대왕의 의지가, 글자의 과학성이 그 자체로 훌륭한 내러티브요 콘텐츠다. ‘이렇게 우리가 자랑하는 한글날을 맞아 한국 문화의 다양한 매력을 소개한다’며 다양한 공연과 전시, 체험행사를 곁들여 설명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외국인에게 ‘한국문화의 날’로 각인을
쓰다 보니 세종대왕께서 애민정신의 깊은 뜻을 담아 창제하신 한글과 한글날을 그 효용가치로 논하는 불경죄를 저질렀다. 대왕께서는 용서해주시리라 믿는다.
유윤종 문화부장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