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씨는 이날 공판 내내 고개를 숙인 채 간간이 손으로 눈가를 훔쳤다. 수의를 입은 남편과는 눈도 한 번 마주치지 않았다. 시신 유기 과정에 도움을 준 죄에 대한 책임은 피할 수 없지만, 서 씨를 이번 사건의 또 다른 ‘피해자’로 보는 시각도 있다. 남편의 외도와 거짓말 탓에 범죄의 굴레에 빠졌고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도 입었다는 것이다. 언론을 통해 사건의 진실을 알게 됐을 때 서 씨의 속은 어땠을까.
서 씨에게 의사인 남편이 집에 늦게 귀가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서 씨의 남편은 다른 병원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몰려올 정도로 실력 있는 의사였다. 방송과 인터넷에 소개돼 유명해지기도 했다. 7월 31일에도 남편은 늦었다. 이 시각 남편은 수면유도제 ‘미다졸람’ 등 13개 약물을 섞어 만든 주사를 맞고 축 늘어져 있는 피해자 이모 씨(30·여)와 병원 진료실에서 성관계를 맺고 있었다. 남편은 그간에도 이 씨에게 일명 ‘우유주사’라고 불리는 수면유도제 ‘프로포폴’을 주사해주고 관계를 맺어 왔다.
서 씨의 변호사는 이날 공판에서 검찰의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면서도 “사체유기를 방조하려는 의도가 없었다”고 항변했다. 20여 분간의 재판이 끝나자 서 씨는 고개를 숙인 채 서둘러 자리를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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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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