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이승만-박정희-김대중 묘역 참배통합의 새정치 부각… 문재인 약점 정조준文 “당 쇄신 앞장서겠다” 지지층 결집나서
최종 승자는… 20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은 안철수 대선후보(왼쪽)와 민주통합당 의원총회에 참석한 문재인 대선후보. 각각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는 모습이 자못 진지하다. 두 사람은 후보 단일화에 앞서 치열한 지지율 경쟁을 벌여야 한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김동주 기자 zoo@donga.com
20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방문한 안 후보는 이승만 박정희 김대중 전 대통령과 박태준 전 총리 묘역을 찾아 참배했다. 민주당 후보로 선출된 다음 날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만 찾았던 문 후보와 대비되는 ‘화합’ 행보였다. 안 후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가 있는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 방문도 검토하고 있다.
문 후보는 이날 당 지도부와 회동을 갖고 “당의 단결과 쇄신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전날 안 후보가 단일화의 조건으로 사실상 ‘민주당 쇄신’을 요구한 데 대한 화답의 성격도 있다.
안 후보가 이날 세 명의 전직 대통령 묘역을 찾아 모두 참배한 것은 전날 대선출마 기자회견에서 강조한 ‘통합’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한 것이다. 박 전 총리 묘역까지 찾은 데 대해 안 후보 측은 “산업화 과정에서 중요한 상징이고 기여한 바가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포스코 이사회 의장을 지낸 안 후보는 지난해 11월 박 전 총리 별세 때 조문도 했다.
그는 세 전 대통령과 박 전 총리 묘역의 방명록에 모두 “역사에서 배우겠습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현충원 방명록에는 “대한민국의 새로운 변화를 위해 노력하겠습니다”라고 썼다. 안 후보는 사병 묘역도 참배했다.
박정희 비문 앞에 선 안철수 안철수 대선후보가 20일 서울 동작구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의 비문을 읽고 있다. 안 후보는 이날 이승만 박정희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며 좌우를 아우르는 행보에 나섰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17일 김 전 대통령 묘역만을 참배한 것과 대비됐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안 후보는 오후엔 서울대를 방문해 오연천 총장에게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및 교수 사직서를 제출했다. 오 총장과의 면담 직전 ‘봉하마을에 가시나’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안 후보는 “검토해 보고 결정되면 알려주겠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이후 경기 성남시 판교에 있는 안랩을 방문해 임직원 200여 명 앞에서 “더 큰 소명을 위해 떠날 수밖에 없다. 제가 가졌던 모든 추억과 마음까지도 정리해야 할 것 같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 文 보란듯… 산업화-민주화 모두 끌어안는 安 ▼
전날 안 후보가 노무현 정부에 대해 “재벌의 경제 집중, 빈부격차 심화, 그건 굉장히 큰 과(過)”라며 아프게 비판한 것 역시 민주당 내 비노(비노무현) 세력을 의식한 발언이라는 관측도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계인 박선숙 전 의원이 이날 민주당을 탈당해 안 후보의 선거총괄역을 맡은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안 후보 측 김민전 경희대 교수는 라디오에서 “이제 공은 민주당 쪽으로 넘어갔다. 4·11총선에서부터 드러나기 시작한 민주당의 신패권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친노 그룹을 정조준한 공격적 발언이다. 금태섭 변호사도 라디오에 출연해 ‘후보 단일화 조건과 (민주당) 입당 조건이 동일한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안 후보는 전날 ‘정치권의 변화와 혁신, 그리고 국민적 동의’를 단일화의 조건으로 내걸었다. 조건이 맞으면 입당할 수도 있다는 얘기였지만, 그보다는 정치 쇄신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금 변호사는 “민주당 쇄신이 없을 경우 당연히 완주를 생각하고 있다”는 취지로 민주당을 압박했다.
○ 지지층 결집으로 맞서는 문재인
문 후보는 안 후보 측의 공세에 맞서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층을 최대한 결집하고 당 쇄신과 정책 행보를 통해 외연을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문 후보는 이날 열린 의원총회에선 “조기 단일화를 촉구할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안 후보의 페이스에 끌려가지 않겠다는 의미다. 또 안 후보가 민주당의 혁신을 주문한 것을 의식한 듯 “당이 제대로 변화하면서 경쟁하기만 하면 단일화 경쟁에서도 반드시 이길 것”이라고 했다. 문 후보 경선캠프의 공동선대본부장을 맡았던 이상민 의원은 라디오에 출연해 “단일화 자체가 정치 쇄신”이라며 단일화 조건을 내건 안 후보를 겨냥했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안 후보가 요구한 민주당 쇄신에 문 후보가 화답하는 형식이 돼버려 안 후보에게 단일화 주도권을 빼앗길 우려가 있다는 얘기가 나왔다. 한 중진 의원은 “문 후보가 대선후보로 선출된 직후 쇄신 대상으로 지목된 이해찬 대표 문제부터 손을 댔어야 한다. 실기했다”고 지적했다.
문 후보는 21일 정대철 권노갑 상임고문 등 당의 원로들과 만난다. 한 상임고문은 “당의 실질적인 화합과 노선 정비의 필요성 등 쓴소리를 많이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채널A 영상] 安, 전직 대통령 아닌 박태준 묘역부터 찾은 이유는?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