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동급생·학교 관계자 조사서 학교폭력 확인
충남 공주의 한 아파트에서 투신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교생이 사망 이틀 전 동급생들로부터 집단 폭행을 당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사건을 수사 중인 공주경찰은 21일 학교 화장실에서 숨진 박모 군(17)을 때린 것으로 알려진 3명 등 같은 반 학생과 학교 관계자 15명을 전날 경찰서로 불러 조사했다고 밝혔다.
오후 11시 가까이 진행된 조사에서 경찰은 박 군에 대한 폭행 사실을 확인했다. 이들 가운데 학생 3명은 박 군이 투신하기 이틀 전인 16일 오후 8시경 교내 화장실에서 박 군에게 20여 차례 발길질을 하고 주먹을 휘두른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 학생 3명은 경찰에 입건돼 보강 수사를 받을 예정이다.
조사결과 다른 학생 4명도 수차례에 걸쳐 박 군의 별명을 부르며 괴롭힘에 가담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박 군은 평소 이 별명을 듣기 싫어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박 군이 지속적인 폭력에 시달렸는지는 아직 확실하게 말할 단계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다만 박 군이 남긴 메모에 '사람은 죽을 때가 있다', '중학교 2학년 시절의 어두운 과거가 밝혀져 미래가 없다'는 내용이 담긴 것을 토대로 최근 심리 상태가 크게 불안해졌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모든 것을 열어놓고 수사하고 있다"며 "특히 특정 시기(중학교 2학년)를 지칭한 만큼 이때의 행적에 대해 명확하게 밝힐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박 군과 중학교 시절 가장 친한 친구였던 학생이 천안의 한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사실을 확인하고 형사 2명을 보내 박 군의 '지난 과거'에 대해 탐문할 방침이다.
학교 측은 박 군이 2010년 10월 공주시교육지원청 Wee 센터에서 상담을 받은 적이 있다고 했다.
교육청 측도 "박 군이 중학교 2학년 시절 '학교생활 부적응'을 이유로 부모와 함께 교육청에 찾아와 상담을 받았다"며 "자세한 상담 내용은 알려줄 수 없다"고 말했다.
학교의 한 관계자는 "박 군을 때린 학생들은 (박 군의) 중학교 시절을 잘 아는 아이들"이라며 "중학교 때 박 군이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었던 사실을 폭로할 것처럼 말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유족 측은 학교폭력이 박 군을 죽음으로 내몬 가장 큰 원인이라고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박 군의 이모부(47)는 "가해 학생들은 '그냥 심심하고 재미있어서 (박 군을) 괴롭혔다'고 말한 상황"이라며 "어린 학생이 폭행과 괴롭힘으로 괴로워했을 게 뻔한 것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동아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