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승락은 넥센의 확실한 마무리를 넘어 마운드의 리더로 자리를 굳히고 있다. 손승락 스스로도 개인기록보다는 팀 성적을 우선시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김시진 전 감독 권유로 마무리 변신
첫 해 26S…타이틀 홀더 등극 대박
올 개인통산 한 시즌 최다 31S 돌파
어깨 수술 후유증 불구 제 역할 톡톡
“개인성적보단 팀 성적이 좋아야 빛나
들쭉날쭉 불펜진…앞으로 좋아질 것”
그러나 세이브 부문에서 오승환과 김사율(롯데), 프록터(두산)가 1위를 두고 경쟁하고 있어 손승락은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고 있다. 팀 성적이 8월 이후 하락세에 접어들면서 김사율-오승환-프록터에 비해 세이브를 챙길 수 있는 기회가 줄면서 경쟁에서 한 발짝 비켜선 결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과 격차가 크지 않다는 사실은 손승락이 그만큼 팀 승리를 잘 지켜냈다는 증거다. 넥센이 5월 한때 1위에 등극하는 등 전반기에 파란을 일으킬 수 있었던 데에는 뒤를 든든하게 받친 손승락의 존재 덕분이었다.
○누구나 아픔은 있다!
손승락은 ‘투수왕국’으로 불렸던 현대 시절에는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2005년 입단한 이후 선발투수로 활약했지만 그다지 인상적인 성적을 내지는 못했다. 2007년 어깨 수술을 받고 2군에 머무르다 2008년 경찰청에 입대했다. 2년간의 군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손승락은 2010년 김시진 전 감독의 권유의 따라 소방수로 변신했다. 마무리투수로 뛴 첫 해 그는 26세이브(2승3패1홀드·방어율 2.56)로 타이틀 홀더가 됐다. 변신은 대성공이었다.
2011년 팀 성적이 곤두박질치면서 손승락의 개인성적(4승2패17세이브2홀드·방어율 1.89)도 자연스럽게 하락했다. 수술을 받았던 어깨 상태도 좋지 못했다. 마무리투수들은 고달프다. 1이닝만 던지는 게 아니다. 불펜에 대기하면서 수없이 많은 볼을 던진다. 등판하면 다행이지만, 몸만 풀고 끝나는 날도 부지기수다. 그렇다보니 수술 받은 어깨의 상태가 나빠진 것이다. 코칭스태프는 어깨가 편치 않은 그를 선발로 전환시키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그는 자신의 역할을 고수했다.
올 시즌도 몸 상태가 썩 좋지는 않았다. 손승락은 철저하게 계획된 스케줄에 따라 움직였다. 그래야만 한 시즌을 버틸 수 있다고 생각하고, 어깨 재활 등 개인훈련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시즌 초반 밸런스가 흔들렸지만 훈련으로 위기를 잘 넘겼고, 빠르게 원래의 모습을 되찾았다. 그는 “30세이브를 달성했지만 기록에 큰 의미를 두진 않는다. 꾸준하게 내 역할을 잘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스포트라이트라는 것은 결과에 따라 오는데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개인성적보다는 팀 성적이 좋아야 더 빛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손승락의 목표는 오로지 우승이다. 현대 시절 팀이 우승하는 모습을 2군에서 지켜봤기에 더욱 우승에 목말라 있다. 그는 “마무리투수를 한지 3년밖에 되지 않았는데 내년 내 모습이 궁금하다. 그러나 내가 어떤 역할을 맡던 팀이 꼭 한 번 우승을 차지하는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 특히 넥센에서 우승을 꼭 해보고 싶다”며 간절함을 드러냈다.
○넥센 마운드의 리더, 손승락
손승락은 넥센 투수진의 중심축이다. 투수들 가운데 김병현(33)과 이정훈(35) 등 연장자가 있지만 현 넥센 투수진 가운데 팀에서 가장 오랜 뛰었다. 팀에 대한 애정이 각별할 수밖에 없다. 코치 시절부터 함께 했던 김시진 전 감독의 경질에 책임을 동감하고, 가장 안타까워하고 있다. 19일 잠실 LG전에서 30세이브를 달성하고도 환하게 웃지 못한 이유다. 김 전 감독이 경질된 직후 첫 경기였던 것이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트위터@gtyong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