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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성매매 금지법 8년, 입법 취지 무색한 풍선효과

입력 | 2012-09-22 03:00:00


2004년 노무현 정부 때 지은희 여성부 장관이 앞장서 추진한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성매매금지법)’에 대해 고건 국무총리가 장관들의 의견을 물었다. 강금실 법무부 장관과 김화중 복지부 장관 등 여성 장관들은 적극 찬성했고, 남성 장관들은 침묵을 지켰다. 고 총리가 법 취지에 맞는 효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를 다시 물었다. “성매매가 옳으냐”는 지 장관의 쐐기 박기에 여성 장관 수보다 세 배쯤 많은 남성 장관들은 여전히 입을 다물었다. 잘못 발언했다간 성매매 찬성자 또는 반(反)여성주의 장관으로 몰릴 듯한 분위기였다는 전언이다.

23일로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된 지 8년이 된다. 당시 지 장관을 비롯한 여성계는 “성매매로 내몰리는 여성을 보호하고 악덕업주를 강력히 처벌할 수 있는 획기적인 법률”이라며 환호했다. 하지만 오늘날 성매매는 안마시술소 스포츠마사지업소 휴게텔 키스방 오피스텔, 심지어 인터넷을 이용한 ‘조건만남 자영업’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성매매 금지법의 입법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풍선효과다.

서울 종암경찰서장으로 재직할 때 ‘성매매 단속반장’으로 유명했던 김강자 한남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최근 일정한 지역에서만 생계형 성매매 여성들이 성적 소외 남성들의 욕구를 해결하게 하는 제한적 공창제 도입을 제안했다. 하지만 정부가 공식적으로 매춘 제도를 인정하는 것도 간단한 일이 아니다.

올 3월 캐나다의 온타리오 항소심 법원은 ‘공창 금지’가 위법이라고 판결했다. 성매매 여성들이 집창촌이 아니라 길거리에 나가 호객행위를 함으로써 오히려 위험에 빠진다는 뜻에서다. 성매매 합법화가 성매매 여성의 건강과 인권을 보호한다는 주장과 인신매매를 부추긴다는 주장이 최근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에서 맞붙어 팽팽했다. 성매매에 대한 대응은 나라마다 달라 캐나다 호주 덴마크 핀란드 이탈리아처럼 성매매를 범죄로 다루지 않는 곳이 있고, 독일과 네덜란드처럼 합법이되 엄격한 규제를 하는 곳도 있다. 태국이나 필리핀처럼 겉으로는 불법이라고 하면서 실상은 ‘섹스관광’이 판치는 나라도 있다.

최근 끔찍한 성폭력 범죄사건이 늘어나면서 성매매금지법과 관련 있지 않느냐는 분석도 있긴 하다. 그러나 범인들은 가끔 성매수를 즐기던 사람들이어서 정확한 인과관계를 찾아내기 어렵다. 이런 문제는 술자리의 화제처럼 논할 것이 아니라 실증적인 사회과학적 연구와 대응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