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간의 침묵을 깨고 내놓은 새 소설 제목 ‘NW’는 런던의 북쪽(North)과 서쪽(West)을 뜻한다. 작가는 소설에서 서로 붙어 있는 윌스던과 햄스테드에 사는 네 남녀의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햄스테드는 부자들이 사는 곳이다. 윌스던은 서민 동네인데 실제로 작가가 나고 자란 곳이기도 하다.
우선 여주인공 내털리와 리아. 한때 친한 친구였던 이들은 사회적 신분이 달라지며 다른 삶을 살아가게 된다. 내털리는 사교계의 유명 인사인 남편을 만나 햄스테드의 거대한 집에 살고, 리아는 프랑스계 흑인 남편 미셸과 초라한 구립 아파트에 거주한다. 어린 시절부터 키워왔던 견고한 우정은 이들이 사는 동네처럼 둘로 갈라져 첨예한 갈등을 빚는다. 여기에 리아가 어렸을 때 짝사랑했던 미소년 네이선이 남자 주인공으로 등장하는데 그는 마약 중독자가 되어 버스 정류장에서 하릴없이 소일한다.
작품을 읽으면 왜 작가가 이 소설을 “나 자신을 가장 잘 표현해 주는 작품”이라고 말했는지 이해할 수 있다. 스미스는 자메이카 출신으로 영국에 이민 온 어머니와 영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소설에서 나오듯 그리 부유하지 않은 이민자 가정이 많은 동네에서 자란 그는 가족 전체를 통틀어 처음으로 대학에, 그것도 명문 케임브리지대에 입학한다.
대학 시절 썼던 소설로 신데렐라처럼 문단에 데뷔한 그는 누구보다도 자수성가한 사람들의 심리와 환경을 잘 이해할 것이다. 소설가 필립 헨셔는 “이 소설은 강력한 흡인력을 지니고 있다. 무엇보다 작품의 완성도를 높인 것은 스미스가 사람들을 깊고 투명하게 관찰하고 그려냈다는 점이다”고 극찬했다.
과거는 극복 가능한 것인가. 태어나면서부터 나에게 주어진 것들을 과연 나의 힘으로 바꾸어 나갈 수 있을까. 어쩌면 이 소설은 작가가 살아오며 자문했던 질문들에 대해 작가 스스로 내놓은 해답인지도 모른다.
런던=안주현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