亞 베벌리힐스에 ‘고급 건축 넘버원’ 자존심 우뚝
쌍용건설이 16일 완공한 6성급 W호텔은 싱가포르의 대표적 관광지인 센토사섬 동남부 해변가에 자리잡고 있다. 500석 규모의 연회장, 요트 선착장, 최고급 레스토랑, 수영장, 개인용 스파 등의 부대시설을 갖췄다. 쌍용건설 제공
《 아시아의 ‘베벌리힐스’로 불리는 싱가포르 센토사 섬. 싱가포르 시내에서 20분 거리에 있는 센토사 섬은 아름다운 해변, 멋진 호텔과 리조트, 유니버설 스튜디오, 세계 최대 해양수족관인 마린라이프파크 등 200개가 넘는 관광명소를 갖춘 고급 휴양지다. 센토사 섬에서도 가장 호화롭기로 유명한 곳이 최고급 주택단지가 모인 센토사 코브다. 식민지 시절 영국군이 주둔했던 이곳은 싱가포르 정부가 1970년대부터 세계 각국의 부호들을 끌어들일 최고급 휴양지로 만든다는 목표로 수십억 달러를 투자한 덕에 포르셰, 람보르기니 등 최고급 외제차가 쉴 새 없이 지나다니는 부촌이 됐다. 센토사 코브의 중심에 자리 잡은 건물이 바로 쌍용건설이 16일 완공한 6성급 ‘W호텔’. 》
개장 2주 전인 지난달 30일 W호텔 안팎은 막바지 손질에 한창이었다. 현장 소장인 한승표 쌍용건설 부장(50)은 “싱가포르의 ‘국부(國父)’ 리콴유 전 총리의 생일인 9월 16일 문을 열기 위해 개장일을 몇 주 앞당기다 보니 일이 바빠졌다”고 설명했다.
○ ‘마리나베이샌즈’보다 어려운 공사 쌍용건설이 2009년 10월 공사를 시작해 약 3년 만에 완공한 이 호텔은 총 8개 층에 240개의 객실을 갖추고 있다. 얼핏 보면 2010년 쌍용건설이 싱가포르 도심에 완공한 ‘마리나베이샌즈호텔’보다 짓기 쉬워 보이는 건물이다. 마리나베이샌즈는 60개 층에 2500개가 넘는 객실을 갖춘 초대형 호텔인 데다 별도 지지대 없이 지면과 52도 각도로 건물을 기울여 세운 대표적인 고난도 공사였다.
그러나 한 부장은 “W호텔 공사는 ‘디자인&빌드(Design&Build)’ 방식으로 수주했기에 마리나베이샌즈 건축 때보다 힘든 점이 많았다”고 말했다. ‘디자인&빌드’란 설계와 시공을 동시에 진행하는 방식을 말한다. 발주처인 싱가포르 최대 부동산 투자개발회사 CDL은 대략적인 조감도만 제시하고 쌍용건설은 이에 맞춰 외장재, 바닥재, 조명, 대리석, 카펫, 인테리어소품 등을 세계 각지에서 구해와 일일이 허락을 받아가며 공사를 진행해야 했다. 고객이 내놓은 상상 속의 그림을 현실의 건축물로 충족해내야 하는 공사 방식이다.
한 부장은 그중에서도 “호텔 전체에 센토사 섬의 명물인 나비를 연상시키는 소품을 진열하고, 이 소품이 세계 어디에서도 본 적이 없는 독특한 것이어야 한다”는 CDL의 요구를 가장 까다로운 주문으로 기억했다. 그는 “미국, 유럽 등의 인테리어업체를 모두 수소문해도 발주처의 요구를 맞출 수 없었는데 결국 인도에서 가까스로 고객의 마음에 드는 소품을 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센토사 코브의 바닷가 저택은 1채에 평균 2000만 달러(약 240억 원)가 넘을 정도로 비싸다. 한 부장은 “주변에 사는 부호들이 ‘타워크레인이 내 집과 요트 위를 오가는 바람에 시끄럽고 불안해서 못 살겠다’며 툭하면 민원을 제기하곤 했다”며 “한 부호의 집 앞에서 밤을 새워 기다려 사정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한 적도 있었다”고 토로했다.
○ 현지인보다 더 현지인다운 현장소장 W호텔 시공책임자인 쌍용건설의 한승표 부장은 22년째 싱가포르 생활을 하고있다. 그는 “이곳에서 워낙 오래 생활하다 보니 때론 회사 동료들조차 내가 한국사람이라는 걸 잊어버리곤 한다”며 웃었다.
이처럼 W호텔이 많은 난관을 뚫고 무사히 완공된 데에는 ‘현지인보다 더 현지인 같은’ 한 부장의 역할이 컸다. 한양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1990년 쌍용건설에 입사한 그는 이 회사에서 ‘살아있는 싱가포르 진출의 역사’로 불리는 인물이다.
한 부장은 1990년 당시 신입사원 연수 때 싱가포르와 첫 인연을 맺었고 말레이시아인 부인과 결혼해 20년 넘게 이곳에서 살고 있다. 휴가차 싱가포르에 잠시 들렀던 부인이 차이나타운에서 마주친 그에게 길을 물어본 인연으로 결혼에 성공했다. 쌍용건설이 W호텔 옆에 지은 초호화 콘도인 오션프런트콘도, 창이라이즈콘도, 탄톡셍병원 등 쌍용이 싱가포르에서 시행한 굵직굵직한 사업이 모두 그의 손을 거쳤다.
한 부장은 자신의 가장 중요한 업무가 한국 직원과 싱가포르 직원의 가교(架橋) 역할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싱가포르는 전 세계 고급 건축 공사의 최전선”이라며 “소음 및 안전 관련 규제가 워낙 엄격한 데다 감리, 감독도 까다롭고 철저해 현지 직원들의 협조를 받지 못하면 선진국 건설회사와의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 부장은 “20년 넘게 싱가포르에 살다 보니 까무잡잡한 피부 등 외모조차 현지인과 비슷하게 변했다”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그는 “22년 전으로 돌아가 다시 선택할 기회가 주어진다 해도 싱가포르 거주를 택하겠다”며 “싱가포르 사람 누구나 ‘고급 건축 1등 회사=쌍용건설’이라고 생각하도록 만드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싱가포르=하정민 기자 de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