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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남]홍어장수 문순득, 160년만에 세상 나들이

입력 | 2012-09-24 03:00:00

1802년 풍랑에 동아시아 표류, 정약전 ‘표해시말’로 소개
조선왕조실록에도 사연 실려… 25일부터 목포서 특별전




전남 신안군 도초면 우이도에서 태어난 ‘홍어 장수’ 문순득(文淳得·1777∼1847)은 상인으로 드물게 조선왕조실록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25세이던 1802년 1월 우이도 인근에서 홍어를 팔고 돌아오던 중 풍랑을 만나 떠돌이 신세가 됐다. 일본 오키나와 류큐까지 떠밀려 갔다가 9개월 만에 중국으로 출발했지만, 또다시 풍랑으로 표류하다 그해 11월 스페인 식민지였던 필리핀 루손 섬에 도착했다. 1803년 9월 필리핀을 출발해 마카오와 중국 광둥, 난징, 베이징을 거쳐 1805년 1월 고향으로 돌아왔다. 문순득은 귀향 후 최초의 필리핀어 통역관으로 활동하며 재물을 모았다.

3년 2개월여에 걸친 대장정은 당시 흑산도로 유배 왔던 다산 정약용의 형 정약전에 의해 세상에 알려졌다. 정약전은 문순득의 파란만장했던 표류 과정을 날짜별로 기록한 ‘표해시말(漂海始末)’을 펴냈다. ‘표해시말’에는 문순득이 본 210년 전 동아시아 각국의 풍속과 사회상, 언어 등 다양한 정보가 들어 있다. 당시 오키나와 지역의 장례문화, 전통의상, 닭싸움을 좋아하는 필리핀 사람들의 생활상, 성당, 가옥구조, 나라별 선박구조에 대한 묘사까지 다른 어느 기록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흥미로운 내용이 95쪽에 담겨 있다. 드라마틱한 홍어 장수의 삶은 조정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면서 조선왕조실록에까지 이름 석 자를 남기게 됐다.

문순득이 160여 년 만에 부활한다. 목포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소장 성낙준)가 25일부터 11월 25일까지 개최하는 ‘홍어 장수 문순득, 아시아를 눈에 담다’라는 특별전을 통해서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표해시말’을 비롯해 ‘문순득을 가선대부(嘉善大夫·종2품에 해당하는 벼슬)로 임명한다’는 내용의 교지(敎旨), 남평 문씨의 호패, 그의 초상화 등 각종 유품, 일본 오키나와, 필리핀, 마카오의 풍속 관련 유물과 자료 등 150여 점이 전시된다. 성낙준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장은 “특별전을 문순득의 관점에서 그가 표류하다 머물렀던 지역에서 그가 직접 보거나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유물을 중심으로 꾸몄다”고 말했다. 문의 061-270-2042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