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순자 보광직물 대표
차순자 보광직물 대표(58·사진)의 목소리에서는 장인(匠人)의 고집스러움이 느껴졌다. 보광직물은 중국, 인도네시아 등에서 원사를 수입해 직접 제직, 가공한 뒤 봉제해 자체 브랜드로 파는 직물회사다. 주력 품목은 병원용 리넨 제품으로, 국내 종합병원 30여 곳에서 이 회사가 만든 유니폼과 침구류를 사용한다. 의사복, 간호사복, 산모복 외에도 운동복, 캐디복, 작업복 등 다양한 제품을 생산한다.
지금은 직원 70여 명에, 연간 매출액 200억 원을 올리는 잘나가는 여성 기업인이지만 그의 인생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초등학생 시절 어머니를 여의고 고등학교 때 아버지마저 세상을 떠나 어린 나이에 가장의 역할을 맡아야 했다. 대학 진학은 언감생심. 1974년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판매 여사원으로 취업했다. 4년 뒤 독립해 대구 서문시장에 ‘민영상사’라는 직물가게를 열었다. 그는 “가난을 벗어날 수 있다는 기대감에다 돈을 버는 재미로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했다”고 말했다.
성공 비결을 묻자 그는 “적극적으로 도전하는 것”이라고 했다. 상투적일 수도 있는 말이었지만 시장조사를 위해 디자이너와 기획인력을 해외로 파견하는 것이나, 2008년 3월 온라인 쇼핑몰 ‘에브리(www.evri.co.kr)’를 연 것이나 중소기업으로서는 흔치 않은 도전임은 분명해 보였다. 차 대표 자신도 인사관리 기법, 혁신 리더십 등을 배우기 위해 지난해 계명대 경영학과 야간 과정에 입학해 늦깎이 대학생이 됐다. 그는 “섬유산업이 사양길에 접어들었다고 하지만 쉼 없는 도전으로 보광직물을 통해 섬유산업의 밝은 미래를 증명하겠다”고 야심 찬 포부를 밝혔다.
정지영 기자 jjy20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