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스푸어 집 소유권, 매각이냐 신탁이냐
먼저 이 용어는 원래 기업이 소유하고 있는 자산을 다른 기업에 매각한 뒤 이를 다시 빌려 쓰는 임차(리스)의 특수형태 중 하나로 이용하는 방식을 가리킵니다. 기업이 소유한 토지, 기계, 건물 등을 은행, 보험회사, 리스회사 등 금융회사에 매각해 자금을 조달하고 이 자금을 기업의 운영자금이나 시설자금 등으로 이용하면서도 매각한 자산은 임차계약을 통해 계속 이용하는 방식입니다.
○ 집 그대로 살면서 이자 부담 낮춰
이 용어는 최근 집값 하락으로 주택담보대출 원리금을 갚기 어려운 ‘하우스푸어’가 사회 문제로 떠오르면서 그 대책의 하나로도 뜻이 확대됐습니다. 먼저 한국에서는 우리금융그룹의 우리은행에서 이를 도입하겠다고 가장 먼저 발표했지요.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가 발생한 뒤 미국의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도입한 세일 앤드 리스백을 본떠 도입한 것입니다.
하지만 이 방식을 추진하면서 논란이 일었습니다. 집을 사들일 때 ‘어떻게 평가해 얼마에 살 것이냐’는 문제 때문입니다. 은행이 시가보다 집을 너무 비싸게 사면 대출자들에게 특혜를 준다는 시비가 생기게 됩니다. 너무 싸게 사면 하우스푸어 지원대책이라는 취지에 걸맞지도 않거니와 “은행들이 제 욕심을 채웠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우리금융은 세일 앤드 리스백의 개념을 활용하되 ‘매각’이 아닌 ‘신탁’ 방식인 ‘트러스트 앤드 리스백’을 도입하기로 결론지었습니다. 이 방식은 소유권을 넘겨받은 뒤에 임대해주는 게 아니라 소유권은 그대로 둔 채 3∼5년의 계약기간이 끝나면 처분권을 은행이 갖는 구조입니다. 국내 실정에 맞춘 세일 앤드 리스백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셈이지요.
이렇게 되면 매입 가격에 대한 논란을 피할 수 있고 취득세처럼 소유권 이전에 따른 비용 부담도 덜 수 있습니다. 대출자들은 이자를 내지 못해 경매로 집을 처분하게 될 위험에서 3∼5년간 벗어날 수 있습니다. 또 18%가량의 연체이자 대신 낮은 월세(대출금의 5% 선)를 내면서 계속 같은 집에서 거주할 수 있고 처분권을 넘기긴 하지만 소유권도 유지됩니다. 그 사이에 집값이 오르면 집을 팔아 대출금을 갚고 일부 돈을 남길 수도 있습니다.
○ 대상 극소수여서 효과는 ‘글쎄’
또 계약기간이 끝난 뒤 집을 처분할 때 원금은 물론이고 연체이자까지 회수하기 때문에 ‘단순히 시일만 연기했다’는 실효성에 대한 비판부터 “은행이 다수의 고객으로부터 번 돈으로 하우스푸어라는 특정 계층에 특혜를 준다”는 역차별을 우려하는 비판도 적지 않습니다.
게다가 아직 다른 은행에서 동참하겠다는 움직임이 없어 조만간 적용대상이 늘어날 전망도 낮고 금융당국도 이 대책에 적극적인 지원 태도를 보이지 않아 향후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도 불투명합니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