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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경제뉴스]세일 앤드 리스백 ― 트러스트 앤드 리스백 뭐가 다른가요

입력 | 2012-09-24 03:00:00

하우스푸어 집 소유권, 매각이냐 신탁이냐




《 최근 신문에서 하우스푸어(HousePoor) 대책의 하나로 세일 앤드 리스백(sale and lease back), 트러스트 앤드 리스백(trust and lease back)과 같은 용어를 많이 보게 됩니다. 두 용어의 개념은 무엇이고 어떤 차이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
먼저 이 용어는 원래 기업이 소유하고 있는 자산을 다른 기업에 매각한 뒤 이를 다시 빌려 쓰는 임차(리스)의 특수형태 중 하나로 이용하는 방식을 가리킵니다. 기업이 소유한 토지, 기계, 건물 등을 은행, 보험회사, 리스회사 등 금융회사에 매각해 자금을 조달하고 이 자금을 기업의 운영자금이나 시설자금 등으로 이용하면서도 매각한 자산은 임차계약을 통해 계속 이용하는 방식입니다.

○ 집 그대로 살면서 이자 부담 낮춰

이 용어는 최근 집값 하락으로 주택담보대출 원리금을 갚기 어려운 ‘하우스푸어’가 사회 문제로 떠오르면서 그 대책의 하나로도 뜻이 확대됐습니다. 먼저 한국에서는 우리금융그룹의 우리은행에서 이를 도입하겠다고 가장 먼저 발표했지요.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가 발생한 뒤 미국의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도입한 세일 앤드 리스백을 본떠 도입한 것입니다.

처음 우리금융이 밝힌 세일 앤드 리스백은 말 그대로 매각 뒤 임대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집주인이 은행에 집을 팔면 그 차액으로 은행 대출금을 갚고 대신 소유권을 갖게 된 신탁회사에 임차료를 내게 됩니다. 집주인이 나중에 돈이 생기면 되살 수 있도록 환매권도 부여했습니다. 이 방안이 도입되면 연체이자 등을 포함해 고금리에 시달리던 하우스푸어들이 이자상환 부담에서 벗어나 목돈을 모을 만한 시간을 벌 수 있게 해줄 것으로 기대됩니다. 은행 편에서도 대출채권이 부실화하는 것을 막고 가계부채 해소에 기여하는 등 긍정적인 효과를 노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방식을 추진하면서 논란이 일었습니다. 집을 사들일 때 ‘어떻게 평가해 얼마에 살 것이냐’는 문제 때문입니다. 은행이 시가보다 집을 너무 비싸게 사면 대출자들에게 특혜를 준다는 시비가 생기게 됩니다. 너무 싸게 사면 하우스푸어 지원대책이라는 취지에 걸맞지도 않거니와 “은행들이 제 욕심을 채웠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우리금융은 세일 앤드 리스백의 개념을 활용하되 ‘매각’이 아닌 ‘신탁’ 방식인 ‘트러스트 앤드 리스백’을 도입하기로 결론지었습니다. 이 방식은 소유권을 넘겨받은 뒤에 임대해주는 게 아니라 소유권은 그대로 둔 채 3∼5년의 계약기간이 끝나면 처분권을 은행이 갖는 구조입니다. 국내 실정에 맞춘 세일 앤드 리스백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셈이지요.

이렇게 되면 매입 가격에 대한 논란을 피할 수 있고 취득세처럼 소유권 이전에 따른 비용 부담도 덜 수 있습니다. 대출자들은 이자를 내지 못해 경매로 집을 처분하게 될 위험에서 3∼5년간 벗어날 수 있습니다. 또 18%가량의 연체이자 대신 낮은 월세(대출금의 5% 선)를 내면서 계속 같은 집에서 거주할 수 있고 처분권을 넘기긴 하지만 소유권도 유지됩니다. 그 사이에 집값이 오르면 집을 팔아 대출금을 갚고 일부 돈을 남길 수도 있습니다.

○ 대상 극소수여서 효과는 ‘글쎄’

우리금융은 다음 달에 이 상품을 시중에 내놓기로 했지만 적용대상이 매우 적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1가구 1주택 실거주자에 1개월 이상 우리은행 주택담보대출을 연체한 대출자 등으로 조건이 까다로워 대상자가 700가구 수준에 불과할 것으로 우리은행은 예상하고 있습니다. KB금융경영연구소가 집을 팔더라도 대출금이나 세입자 전세금을 다 갚지 못하는 ‘깡통주택’이 최소 18만5000만 가구에 이른다고 조사한 결과를 보더라도 트러스트 앤드 리스백의 대상은 극소수에 불과한 것이지요.

또 계약기간이 끝난 뒤 집을 처분할 때 원금은 물론이고 연체이자까지 회수하기 때문에 ‘단순히 시일만 연기했다’는 실효성에 대한 비판부터 “은행이 다수의 고객으로부터 번 돈으로 하우스푸어라는 특정 계층에 특혜를 준다”는 역차별을 우려하는 비판도 적지 않습니다.

게다가 아직 다른 은행에서 동참하겠다는 움직임이 없어 조만간 적용대상이 늘어날 전망도 낮고 금융당국도 이 대책에 적극적인 지원 태도를 보이지 않아 향후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도 불투명합니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