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건 스포츠레저부 기자
지난달 프로야구 한화 한대화 감독에 이어 지난주 넥센 김시진 감독이 시즌 중 교체됐다. 그나마 한 감독은 올해로 계약 기간이 끝나지만 김 감독은 2년이나 남은 상태였다.
1982년 프로야구 출범 이후 시즌 중 경질된 감독은 올해를 포함해 32명이다. 1983년 4명으로 정점을 찍었던 ‘시즌 중 감독 교체’ 케이스는 프로야구가 자리를 잡으면서 줄어들었다. 2006년부터 5년 동안은 한 명도 없었다. 그러더니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2명이 나왔다. 문제는 자진 사퇴였던 작년과 달리 올해는 모두 구단의 일방적인 결정이라는 데 그 심각성이 있다.
700만 관객 시대라고 하지만 해마다 모기업에서 수백억 원을 쏟아부어야 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구단의 입김이 센 것은 어느 정도 불가피한 일이다. 하지만 힘은 쓸 데 써야 한다. 감독 임기를 제멋대로 줄이는 데 쓰는 것은 남용이다. 이런 현실이라면 감독은 조급증이 생길 수밖에 없다. 눈앞의 성적만 보고 나중은 생각하지 않는다. 감독을 바꾼다고 당장 성적이 좋아진다는 보장도 없다. 결국 야구는 선수들 하기 나름이기 때문이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1976년 자유계약선수(FA) 제도가 도입되기 전만 해도 감독의 권한은 절대적이었다. 이제 세상은 변했다. 감독보다 훨씬 많은 연봉을 받는 선수가 부지기수다. 그래도 감독의 역할은 변하지 않았다. 그라운드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에 대한 결정은 감독의 몫이다. 그런 감독이 언제든지 잘릴 수 있는 존재라는 걸 알게 되는 순간 선수들은 감독을 우습게 본다. 성적이 나쁠 때 쫓겨나는 사람이 선수가 아니라 언제나 감독인 팀이라면 누가 사령탑을 맡아도 영(令)이 설 리 없다.
‘감독들의 무덤’이라고 불리는 LG는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10시즌 동안 6차례 감독을 바꿨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수시로 감독을 교체했던 삼성은 같은 기간 감독을 두 번 교체했을 뿐이다. 삼성은 이 기간에 9차례 포스트시즌에 진출해 4차례 우승했고 LG는 2002년을 끝으로 한 번도 포스트시즌에 나가지 못했다.
감독이 잘해서 구단이 믿는 걸까, 아니면 구단이 믿어줘서 감독이 잘하는 걸까.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같은 대답하기 어려운 문제지만 이것만큼은 확실하다. 요즘 한국 같으면 ‘꼭 해볼 만한 직업 세 가지’에서 프로야구 감독은 빠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