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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환관 평균수명 70세… 양반보다 14∼19년 장수 비결 뭘까

입력 | 2012-09-25 03:00:00

■ 민경진-이철구 교수팀 규명… 생명과학 권위지 게재
조선시대 환관 평균수명 70세… 양반보다 14∼19년 장수 비결 뭘까
“남성호르몬 분비 막으면 남성도 오래 산다”




조선시대 환관들의 평균수명이 일반 양반들보다 훨씬 길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 원인은 신체에 남성호르몬이 거의 분비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추정됐다.

민경진 인하대 기초의과학부 교수와 이철구 고려대 생명공학부 교수 공동연구팀은 조선시대 환관들이 양반들보다 최소 14년 더 살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24일 밝혔다.

일반적으로 사람을 포함해 포유류는 암컷이 수컷보다 오래 산다. 사람의 경우 남성의 평균수명은 여성보다 약 10% 짧다. 지금까지 개나 고양이 같은 동물의 수컷을 거세해 고환에서 나오는 남성호르몬의 분비를 막으면 오래 산다는 사실이 실험을 통해 증명됐다. 남성호르몬이 어떻게 동물의 수명에 영향을 미치는지 정확한 메커니즘이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면역세포의 활동 등을 방해하는 것으로 보고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남성호르몬이 사람의 수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했다. 1900년대 초 미국의 한 정신병원이 관리 차원에서 일부 남성 환자를 거세했더니 그러지 않은 환자보다 평균 13년 더 살았다는 보고가 있는가 하면, 변성기 이전에 거세해 고음을 내는 ‘카스트라토’ 가수는 일반 남자 가수와 수명에서 큰 차이가 없었다는 연구도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은 인위적으로 실험할 수가 없어서 다른 동물처럼 남성호르몬 때문이라는 추정만 할 뿐 정확한 이유를 파악하기는 어려웠다. 게다가 통계적으로 남성호르몬이 적은 남성 집단의 표본을 찾기도 힘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민 교수는 사극을 보다가 환관에게 눈길이 갔다. 국사편찬위원회에 문의했더니 환관의 족보가 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조선시대 환관들은 거세되거나 생식기능이 없는 아이만을 입양해 대를 이어갔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연구팀은 환관의 족보인 ‘양세계보’를 분석해 16세기 중반∼19세기 중반에 살았던 환관 81명의 수명을 조사했다. 그 결과 환관들의 평균수명은 70세였으며, 3명의 환관은 100세를 넘어 최고 109세까지 살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같은 시기 양반의 평균수명은 51∼56세에 불과했다. 이번 연구는 역사자료를 생물학적으로 재조명한 의미 있는 결과라는 평가를 받아 생명과학 분야의 권위지 ‘최신 생물학’ 25일자에 실렸다.

민 교수는 “남성호르몬과 수명의 연관 관계가 좀 더 과학적으로 밝혀진다면 앞으로 중년 이후에 남성호르몬을 차단하는 방식으로 노화를 막고 생명을 연장해주는 의약품 개발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웅 동아사이언스 기자 ilju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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