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라 주미 강&벤 킴 듀오 콘서트 ★★★★★
23일 듀오 리사이틀에서 인상 깊은 연주를 들려준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왼쪽) 과 피아니스트 벤 킴. 아트앤아티스트 제공
23일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이들의 듀오 리사이틀이 열렸다. 표제는 ‘고전과 낭만’. 무난한 선택인 듯하지만 중견이든 대가든 이 두 주제에서 환희를 맛보기도 하고 좌절하기도 한다.
시작은 모차르트의 바이올린 소나타 26번. 두 사람의 탄탄한 기본기가 돋보였다. 과도한 몰입보다는 모차르트가 그려놓은 사뿐하고 가벼운 음표의 유동에 몸을 맡겼다. 특히 벤 킴의 피아노가 돋보였다. 과도한 페달링을 자제하고 전면에 드러날 땐 과감하지만 그러지 않을 때는 바이올린의 음형 뒤로 홀연히 사라졌다. 작품 전체의 흐름을 대관(大觀)할 줄 아는 피아니스트라는 생각이 들었다.
2부에서 들려준 베토벤의 로망스도 무척 아름다웠지만 여간해서 그 맛을 표현하기 어렵다는 브람스 3번 소나타는 역시 슈만에서 들려주었던 특유의 인토네이션을 발휘하여 진정 웅숭깊은 울림을 들려주었다. 악기의 특성상 주미 강이 전면에 부각된 것은 사실이지만 벤 킴의 사려 깊고 의젓한 피아노가 없었다면 이날의 연주회는 더이상 특별하지 못했을 것이다. 유유자적하게 바이올린을 조력하며 주미 강의 톤을 더욱 빛나게 만들었던 벤 킴은 마지막 인사하는 순간까지 자신을 뒤로 숨겼다. 마지막까지 조화와 배려가 어우러진, 진정으로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노태헌 음악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