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버지 시대 과오 사과
만감 교차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24일 ‘박정희 시대’ 과거사에 대한 공식 사과를 한 뒤 서울 여의도 당사 4층 기자회견장을 나서면서 만감이 교차하는 듯 위쪽을 응시하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가 24일 기자회견에서 읽은 이 문장은 박 후보가 직접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 후보가 딸이 아닌 대선후보로서 가장 냉정하게 평가 내린 부분이라는 게 내부의 평가다. 박 후보는 이어 아버지 시대의 과오를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 인혁당 발언 논란 후 과거사 정리 결심
박 후보는 2004년 당 대표 시절부터 여러 차례 과거사에 대해 사과했다. 그러나 늘 단발성이었다. 박 후보는 이번 대선에서도 사안마다 사과할 계획이었다. 후보 선출 직후 전태일재단을 방문하고, 인민혁명당 사건 피해자 유족들을 만나려고 했던 것도 그 일환이었다. 그러나 라디오 인터뷰에서 인혁당 사건에 대해 “두 개의 판결이 있었다”고 말하면서 전략이 꼬였다. 박 후보는 한 번에 해결하지 않으면 아버지 시대의 인권침해 사건들이 줄줄이 터져 나올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 “역사의 평가에 맡기겠다”는 말 안 해
박 후보는 이날 기자회견문에서 서론(아버지 시대에 대한 평가)-본론(아버지 시대에 대한 사과)-결론(향후 국민대통합 실천 의지) 부분으로 나눠 정연하게 의견을 밝혔다.
박 후보는 그동안 아버지 시대에 대한 평가를 물을 때마다 어김없이 “역사의 평가에 맡겨야 한다”며 답변을 회피해 왔지만 이날은 자신의 평가를 분명히 했다. 박 후보는 “기적적인 성공의 역사 뒤편에 열악한 노동환경으로 고통받는 노동자의 희생이 있었고 북한에 맞서 안보를 지켰던 이면에 공권력에 의해 인권을 침해받은 일도 있었다”며 국민 눈높이에서 평가하려고 애썼다. 그러나 “아버지께서 후일 비난과 비판을 받을 것을 아셨지만 반드시 국민을 잘살게 하고야 말겠다는 간절한 목표와 고뇌가 진심이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등 아버지에 대한 애정도 숨기지 않았다.
아버지 시대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는 사과로 이어졌다. 그는 “저 역시 가족을 잃는 아픔이 얼마나 크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 아픔과 고통을 치유하기 위해 저의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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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 대통합과 민생 행보의 기조
박 후보 측은 이날 기자회견이 그동안 족쇄처럼 발목을 붙잡던 과거사 논란에 종지부를 찍게 되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내부에서조차 “사과 시기가 너무 늦어 마치 지지율이 떨어지자 떠밀리듯이 하는 것처럼 비친다”는 아쉬움이 나왔다.
박 후보는 이날 과거사 기자회견을 마친 뒤 부산으로 갔다. 박 후보는 부산선거대책위원회 발족식에서 “상대를 공격해서 이기는 선거가 아니라 국민의 어려움과 민생고통을 해결해드리고 국민 행복시대를 열어가는 선거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25일 강원을 방문하는 등 추석 연휴 이전에 지방을 돌며 민생 현장을 챙길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