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Q: 최근 이슬람 선지자 무함마드(마호메트) 모독 영상으로 촉발된 중동의 반미(反美) 시위가 세계로 번지며 악화되고 있다. 미국으로 대표되는 서방과 이슬람의 충돌이 끊이지 않는 근본적 이유는 무엇인가. 》
이희수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교수
역사적 기억으로는 1099년 1차 십자군 전쟁 때 서구의 예루살렘 정복으로 그곳에 살던 무슬림들이 집단학살 당하는 끔찍한 사건이 있었다. 1492년 스페인 땅을 다시 회복하는 리콩키스타(재정복) 이후 서구는 그곳의 수많은 무슬림과 유대인을 학살하거나 추방했다. 무엇보다 제2차 세계대전 중 나치 정권이 자행했던 유대인 대학살 이후 살아남은 유대인들을 위해 미국이 팔레스타인 땅 심장부에 이스라엘 건국을 주도했는데 이는 많은 무슬림의 가슴에 반미 감정을 각인시키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더욱이 미국의 막대한 군사지원을 받은 이스라엘이 4차례의 중동전쟁을 승리로 이끌고, 유엔 안보리 결의안의 철수 요구에도 불구하고 이웃 아랍 국가들의 영토를 불법으로 점령하자 하마스, 헤즈볼라, 이슬람 지하드 같은 조직적인 무장저항단체가 생겨나 반미, 반이스라엘 투쟁을 본격화했다.
물론 지난 60여 년 동안 이슬람 주류공동체는 냉엄한 현실을 수긍하고 서구와 협력하면서 실리를 찾는 길로 돌아섰다. 그러나 일부 급진 정치세력은 서구에 대한 극도의 적개심을 부추기면서 자신들의 정치적 목표를 이루고자 했다. 무고한 민간인을 겨냥한 테러를 순교로 포장하면서 이슬람 국가 창설을 내세운 대표적인 폭력집단이 9·11테러를 일으킨 알카에다다.
이희수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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