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선 나이에 따라 투표 스타일이 다르다. 대개 50대 이상 연장자들은 아침에 일찍 투표를 하지만 젊은층은 오후에 투표소를 찾는다. 연장자들은 ‘아침잠’이 없어 투표를 일찍 하고 올빼미 체질의 젊은이들은 휴일에 늦게 일어나 오후에 투표를 한다. 선거 전문가들은 투표 시간대별 투표하는 유권자 나이를 따져 보수-진보 성향 표심(票心)을 예측하기도 한다. 2002년 12월 19일 대통령선거 때 노무현 진영은 우호적인 젊은층의 투표를 집중 독려했다. 그날 오후부터 젊은층의 투표율이 상승해 이회창을 2.4%포인트 차로 이길 수 있었다. 출신지역에 따른 표심은 묽어지고 ‘세대 투표’의 경향이 갈수록 두드러지고 있다.
▷우리나라 대통령 선거일은 국회의원 선거일과 함께 법정 공휴일이다. 투표 시간은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12시간이다. 재·보궐선거일은 공휴일이 아니어서 마감시간이 2시간 연장된다. 미국 선거일은 델라웨어 등 8개 주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주에서 공휴일이 아니다. 주마다 투표시간도 8∼15시간으로 천차만별이다. 프랑스 독일 일본의 선거일은 모두 일요일이다. 투표시간은 프랑스와 독일이 10시간, 일본은 13시간이다. 현재 우리나라 투표시간이 적지 않은 편이다.
▷투표 마감시간이 2시간 연장되면 투·개표 관리 비용도 증가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대선 투표시간을 오후 8시로 연장할 경우 추가로 늘어나는 투·개표 관리 비용은 100억 원 정도라고 추산했다. 100억 원은 큰돈이지만 투표 시간을 연장해 투표율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수만 있다면 그 정도 비용은 문제가 아닐 것이다. 여야의 진짜 속내는 투표 시간 연장이 어느 쪽에 유리하냐에 쏠려 있다.
▷민주통합당이 저조한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선 이번 대선부터 투표 마감시간을 2시간 늘리자고 했으나 새누리당은 “투표하겠다는 성의가 우선”이라며 신중한 반응이다. 민주당은 “선거일이 근로기준법상 공휴일이 아니어서 실제로 근무하는 비정규직은 오후 6시가 지나야 투표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여기엔 투표 시간을 연장해 야당에 우호적인 유권자의 투표 참여를 늘리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새누리당은 “투표율 저조는 투표시간과 별로 관련이 없고 정치 무관심층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반론을 편다. 굳이 야당에 유리한 멍석을 깔아줄 필요가 없다는 뜻도 있을 것이다.
정연욱 논설위원 jyw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