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도엽 국토부 장관 집무실서 좌담회
21일 정부과천청사 국토해양부 장관 집무실에서 권도엽 장관과 교통전문가들이 모여 한국의 교통안전 문화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이들은 “올바른 교통문화 정착을 위해서라도 교통법규 위반에 강력한 처벌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왼쪽부터 박영숙 전국어머니안전지도사 중앙회장, 권 장관, 정일영 교통안전공단 이사장, 고승영 대한교통학회 회장. 과천=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최근 정치권에서 복지확대 논의가 한창이다. 교통은 이와 어떻게 관련이 되나.
▽권 장관=아직까지 국내에서는 교통안전 문제를 투자의 문제로 접근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제는 ‘복지’라는 시각을 가질 때가 됐다. 가족 구성원 한 명이 교통사고로 사망할 경우 그 가정은 제대로 유지되기 힘들다. 생명안전을 다른 무엇보다 우선시하는 정책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프랑스는 도로에 대한 투자를 복지 항목으로 분류하고 있다.
―교육이나 홍보로 교통안전 인식이 개선될 수 있나.
▽권 장관=맞다. 예전에는 법 때문에 교통사고를 무서워했는데 최근에는 “보험으로 해결하자”는 분위기가 퍼졌다. 보험만 믿는 운전자들에게 교통사고로 인한 보험료 누진제를 도입하고 반대로 사고 없는 모범 운전자에게는 혜택이 주어져야 한다.
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하루 평균 14명이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인적 피해와 차량 파손 비용 등 교통사고 처리 비용은 국내총생산(GDP)의 1.1%인 13조 원에 이른다. 전체 산업재해의 70%가 넘는 돈이 교통사고 수습에 쓰인 셈이다.
―어린이와 노인 등 교통약자에 대한 국내 교통문화는 어느 수준인가.
▽고 회장=세계 각국의 교통문화를 측정하는 지표 중 하나가 ‘보행자 사망비율’이다. 말 그대로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중에서 길을 걷다 사망하는 사람의 비율을 뜻하는데 한국은 아직도 37%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꼴찌를 다툰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일어나는 게 현재 한국 교통문화의 현실이다.
▽권 장관=나 역시 걸음이 빠른 편인데 시내 신호등을 걷다 보면 미처 도착하기 전에 빨간불로 바뀌는 경우가 있다. 만약 교통흐름 때문에 신호를 늘릴 수 없다면 그런 곳마다 도로 중간에 독립공간을 만들어 쉬면서 건널 수 있게 해 주는 등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보완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교통문화는 어떻게 바꿔야 하나.
▽정 이사장=내 생각은 약간 다르다. 영국이나 프랑스에서도 운전해 봤지만 1∼4차로 속도별·차량별 운전은 결국 도로주행 차량이 적으니 가능한 일이다. 문화보다 인프라의 차이가 다른 교통문화를 만들었다는 뜻이다. 최근 도로 등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를 줄이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데 그렇게 되면 교통 복지가 후퇴하게 된다.
―추석 연휴 귀성객들에게 가장 중요한 교통안전 수칙은 무엇인가.
▽권 장관=제일 중요한 게 뒷좌석 안전띠 매기다. 몇 번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개인적으로 시내에서 운행할 때도 안전띠를 꼭 매고 다닌다. 가족들이 모두 즐겁게 이동하는 추석 연휴에 불행한 사고가 나는 것을 막으려면 뒷좌석에 앉은 자녀들까지 꼭 안전띠를 매도록 부모들이 강조해야 한다.
▽박 회장=졸음운전은 굉장히 위험하다. 하지만 고속도로 갓길에 차를 세우고 쉬는 것 역시 무척 위험하다. 갓길에서는 긴급한 응급 처치만 하고 즉각 빠져나가야 한다.
▽정 이사장=매년 추석 연휴 기간 교통사고 원인을 분석해 보면 귀성보다 귀경길에 더 많은 사고가 난다. 사고 내용을 보면 전체 사망사고의 3분의 1 이상이 중앙선 침범이나 신호위반 등이다. 피로가 누적되면 졸음운전으로 연결되니 운전자만큼은 푹 쉰 뒤에 운전대를 잡아야 한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