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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아동성범죄자들 우울-고독감 일반인의 4배… IQ는 평균수준

입력 | 2012-09-26 03:00:00

■ 본보, 수감 중인 10명 면담보고서 단독입수-분석




고종석은 어쩌다 일곱 살 소녀에게 욕망을 품게 됐을까. 김점덕은 자신을 ‘아저씨’라고 부르며 따르던 아름이를 왜 수욕(獸慾)의 제물로 삼았을까. 그들은 어디서부터 엇나가기 시작한 걸까. 그들이 괴물로 변해간 과정을 밝혀내지 않으면 이 사회의 ‘어린 딸’ 모두는 어디에 있든 항상 불안에 떨며 성장할 수밖에 없다.

동아일보는 25일 최근 수년간 아동 상대 성폭행을 저지른 주요 범죄자들의 학력과 성격, 범행 방식 등을 분석했다. 그 결과 아동 성폭행범 상당수가 저학력과 교류 단절, 왜곡된 성의식 등의 공통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분석은 연세대 의대 연구팀이 국내 처음으로 실시한 ‘교도소 내 성범죄자 정밀 추적 조사’ 결과로도 확인된다.

연세대 의대 의학행동과학 연구팀(팀장 신의진 교수·새누리당 의원)은 2006년 8∼11월 경기 안양교도소를 16차례에 걸쳐 방문해 죄질이 흉악한 상습 미성년자 성폭행범 10명을 정밀 분석했다. 국내 연구진이 교도소 안까지 들어가 성범죄자를 과학적으로 연구한 건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본보가 25일 입수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10명은 초등학교 중퇴, 초졸, 중학교 중퇴 등의 분포를 보였다. 평균 학력은 초등학교 졸업이다. 지능지수(IQ)는 90∼109가 6명, 110∼119가 1명, 89 이하가 3명으로 일반인 평균치와 비슷하다. 연구팀을 이끌었던 신 의원은 “아동 성범죄자는 지능이 특별히 낮은 건 아니고 정규교육을 마치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문제 학생을 학교에서 조기 퇴출시키면 또 다른 위험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연구 결과는 최근 수년간의 아동 성폭행범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고종석 김점덕은 중학교 중퇴였고 2010년 초등학교에서 여덟 살 소녀를 납치 성폭행한 김수철은 초등학교 중퇴자다. 2010년 여중생을 성폭행하고 살해한 김길태는 고교 중퇴, 2008년 여덟 살 나영이를 무참히 성폭행한 조두순은 초등학교 졸업 학력이 전부다.

연세대 팀의 조사 결과 아동 성범죄자들은 우울감과 고독감을 느끼는 정도가 일반인보다 4배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변으로부터 유리된 채 외로움을 느끼다 우울감으로 악화되는 것이다. 가족이나 동료 등 주변 사람에게 갖는 친밀감이나 소속감도 매우 취약하다. 이들의 사회성 지수는 16.7로 일반 범죄자(25)보다 33%가량 낮다.

그렇다 보니 욕구 불만 등 문제를 해결할 때 정서적 교류를 하거나 합리적인 방법을 찾지 않고 혼자만의 방식에 매몰되는 성향을 보인다. 결국 욕구를 통제하지 못하고 범죄를 저지른 뒤에는 자신에게 더 실망하는 과정을 겪는다. 이들의 자존감이 성범죄가 아닌 다른 범죄자보다 20% 이상 낮은 이유다. 자존감이 낮아지면 스스로 사회 낙오자라는 생각이 더욱 강해져 재범의 유혹에 쉽게 빠진다.

학교에서 정상적인 인간관계를 맺어본 경험이 없는 이들은 이후 주변에 교류할 사람도 없었다. 고종석은 어려서부터 동네의 문제아였다. 부모마저 그를 방치했다. 김길태는 은둔형 외톨이로만 지내 휴대전화나 교통카드마저 제대로 이용하지 못할 정도였다. 마음을 나누어본 경험이 없다 보니 이들은 피해자가 느낄 고통도 신경 쓰지 않는다.

아동 성범죄자들은 여성에 대해, 그리고 성관계에 대해 심하게 뒤틀린 의식을 갖고 있다. 사회성이 부족한 이들은 성인 여성과 사귀는 방법을 알지 못했다. 아동포르노 등 음란물로 성욕을 해소하면서 성 관념은 갈수록 뒤틀렸다. 고종석은 “평소 일본 음란물을 즐겨 보면서 어린 여자와 성행위를 해보고 싶은 충동을 자주 느꼈다”고 했다. 포르노광이었던 김점덕 역시 “트럭에 태워줬던 아름 양이 짧은 분홍치마를 입고 있어서 성관계를 하고 싶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연세대 팀의 연구 당시에도 아동성범죄자들은 면담 과정에서 “여자가 친근감 있게 남자를 대하는 것은 성적 접촉을 허용한다는 의사표시”, “술 취한 여자가 ‘안 돼’라고 하는 것은 내심 성관계를 허락한다는 뜻”, “허벅지가 보이게 미니스커트를 입은 여성은 성욕이 많다”고 답했다. 이들은 강간 피해자가 성 경험이 많거나 성욕이 높을 것으로 여기는 경향도 보였다.

연구에 참여한 연세대 의대 정신과 이영준 박사는 “아동 성범죄자는 가정과 학교에서 방치되고 고립되면서 자기만의 ‘섬’을 만들어 범죄 욕구를 키워 간다”며 “이 악순환을 사전에 막지 않으면 사후 처벌 강도를 아무리 높여도 실효를 거두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함께 연구를 수행한 송원영 건양대 심리상담치료학과 교수도 “성범죄자에게 겁을 주거나 성충동을 억압하는 방법만으로는 재범을 막기 어렵고 이들의 정서적 결핍과 취약한 대인관계 능력을 보완해 주는 게 근본적인 해법”이라며 “그러려면 형기를 충분히 늘리는 동시에 상담치료를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김진우 기자 un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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