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무죄원심 깨고 환송
인천 송도 5·7공구 쓰레기 집하시설 공사 입찰에 참여한 포스코건설 김모 부장(50)은 2010년 1월 공사 설계도를 심의할 평가위원 명단이 발표되자 흥신소 ‘미스터 스파이’를 방문했다. 평가위원이 혹시 경쟁업체 직원과 접촉하지는 않는지 감시하기 위해서였다.
김 부장은 흥신소 대표 김모 씨(36)에게 평가위원의 근무지와 집 주소, 휴대전화 번호를 모두 넘겼고 의뢰비로 800만 원을 건넸다. 김 씨는 직원 이모 씨(28) 등 2명을 시켜 수일에 걸쳐 평가위원들의 집과 근무지를 은밀히 따라다닌 뒤 행적을 보고했다.
보고 내용이 맘에 들자 김 부장은 ‘포항 영일만 외곽시설 축조공사’ ‘영산강 하굿둑 구조개선 공사’ 입찰에서도 김 씨에게 설계 심의 평가위원들의 뒷조사를 의뢰했다가 덜미가 잡혔다. 1심 법원은 흥신소 대표 김 씨에게 징역 6개월을 선고했고 항소도 기각했다. 직원 이 씨 등도 벌금 300만 원이 확정됐다.
결국 대법원은 25일 사생활 조사를 의뢰한 사람도 처벌될 수 있다고 판결했다. 대법원 2부(주심 신영철 대법관)는 김 부장 등 포스코건설 간부 3명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인천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 관계자는 “현행법은 신용정보 회사가 아니면서 특정인물의 소재와 연락처 등 개인 정보를 알아내고 뒷조사를 벌이는 것을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며 “의뢰한 뒷조사의 내용과 형태에 따라 의뢰인도 처벌될 수 있다는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