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풍에… 핵실험장 피해-무수단리 새 미사일발사대 공사 중단
○ 자연재해가 막아 준 북한의 도발
북한이 올해 4월 태양절(김일성 생일)을 앞두고 장거리로켓을 발사했을 때 전문가들은 북한이 내친김에 핵실험까지 감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당시 미국 NBC방송은 “북한이 2주 안에 핵실험을 할 개연성이 100%”라는 미 고위 당국자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수해가 핵실험 준비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예측하지 못한 듯하다. 4, 5월 촬영한 위성사진을 보면 북한은 기존 2개의 핵실험 갱도 외에 새로운 갱도를 굴착하면서 인근의 나무들을 대거 베어 냈다. 이 지역은 이미 과거 두 차례의 핵실험으로 지반이 약해졌을 개연성이 높다.
이런 탓에 태풍 볼라벤과 산바가 몰려왔을 때 핵실험장 인근의 산사태 피해를 키운 것으로 분석된다. 대북 소식통은 “북한이 한국과 미국의 대선 전후, 새 정권 출범 전후 등 여러 시기를 놓고 3차 핵실험을 감행할 최적의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었을 텐데 이번 피해로 그 계획을 재조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북한은 방심할 때 뒤통수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런 때일수록 북한 핵문제에 경계심을 늦춰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2006년과 2009년 두 차례의 핵실험 이후 벌써 4년 가까이 된 시점에서 북한은 핵실험의 유혹을 느낄 수밖에 없다. 정부 당국자는 “플루토늄에 이어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까지 가동하는 북한이 그동안 핵능력이 얼마나 증강됐는지 스스로도 궁금할 것”이라며 “이를 확인하려면 최소한 몇 번의 실험이 더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군 당국은 북한이 한미의 대선 정국을 겨냥해 긴장을 고조시키려는 저의가 짙다고 보고 북한의 동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26일 오전 청와대에서 외교안보장관회의를 열어 북한 최고인민회의 결과와 북한 어선의 NLL 침범 등 대북 현안을 보고받고 관련 대책을 점검할 계획이다. 외교안보장관회의 개최는 7월 이후 두 달 만이다.
앞서 이 대통령은 25일 청와대로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해외 자문위원 600여 명을 초청해 다과회를 열고 “북한은 국민소득에 비하면 국방비를 우리나라보다 더 쓰는데 얼마나 힘들겠는가”라며 “누가 지금 북한에 쳐들어가겠는가. 가장 어리석은 것은 아무도 쳐들어가지 않는데 (북한 정권이) 거기에 방비하느라 (핵 개발 등에)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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