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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김순덕]남자들의 깻잎머리

입력 | 2012-09-27 03:00:00


손석희 성신여대 교수가 MBC TV ‘100분 토론’을 진행할 때 박원순 당시 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가 물었다. “저와 1956년생 동갑인데 젊어 보이는 비결이 뭔가요?” 손 교수는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도 동갑”이라고 친절히 알려주면서 “제가 동안(童顔)이라기보다 박 이사님이 노안(老顔)”이라고 답해 폭소를 자아냈다. 남자의 나이를 들어 보이게 하는 것은 단연 주름살과 줄어든 머리숱이다. 손 교수처럼 이마를 가리는 ‘깻잎머리’는 확실히 젊어 보이는 효과를 낸다. 앞머리가 빠진 사람들은 흉내도 낼 수 없다.

▷여중생의 깻잎머리가 약간의 끼를 드러낸다면 중년 남자의 깻잎머리는 그 풍성한 머리칼처럼 빠지지 않는 젊음을 상징한다. 드라마 ‘신사의 품격’의 장동건같이 멜로물의 잘생긴 남자 주인공이 이런 스타일이다. 권위가 중시되는 환경이라면 하고 싶어도 못한다. 8 대 2 가르마의 ‘이장 출신’ 김두관 전 경남지사(53)가 대표적이다. 그래서 신사의 깻잎머리는 전문직에 종사하며 대학생처럼 젊게 산다는 자부심의 표현일 수 있다.

▷관상을 중시하는 사람 또는 ‘꼰대’들은 남녀를 불문하고 이마를 가리는 스타일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시원한 이마가 지력이나 권력을 나타낸다고 보기 때문이다. 인상연구가 중에는 젊은이의 깻잎머리는 미성숙해도 에너지가 넘쳐 보이지만 나이 들수록 이마를 열어줘야 세상의 인덕과 하늘의 선택을 얻는다고 말하는 이가 적지 않다. 도서출판 동문선의 신성대 대표는 “남자의 깻잎머리는 거세된 남성성의 상징”이라며 “TV 드라마에서 보듯 대개 자폐적 반항적 독선적이면서 스스로 타개할 용기는 없는 삐딱이들”이라고도 분석했다.

▷대통령 출마선언 전까지 깻잎머리를 하고 다니던 안철수 후보가 어제 봉하마을 고 노무현 대통령 묘소 참배에선 이마를 상당 부분 드러냈다. 젊음의 에너지보다 경륜과 지력의 이미지를 보이고 싶어서였을까. 이번 주초 깻잎머리에 무스나 젤을 발라 위로 올려주던 데서 장족의 발전이다. 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는 훤하게 드러낸 이마에 세 가닥 주름(삼문)이 있어 누구와도 융합할 수 있는 원만한 성격임을 보여준다고 한다.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김대중 노무현…. 역대 대통령부터 이명박 대통령을 봐도 깻잎머리 대통령은 없었다. 물론 지나간 시대의 남자들이긴 하지만.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