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끌고 신도림동 ‘디큐브’ 밀고 ②장기공연 2배로 확대 ③ 40,50대 관객 증가
국내 초연이지만 김준수, 옥주현, 김선영, 박은태 등 호화 캐스팅을 앞세워 흥행에 성공한 뮤지컬 ‘엘리자벳’(위쪽)과 40, 50대 관객을 끌어들이며 이전 공연의 흥행을 뛰어넘은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 EMK 제공
올해 위키드만 장사가 잘된 게 아니다. 이에 앞서 같은 공연장에서 공연한 ‘엘리자벳’도 평균 80% 이상 객석을 채우며 흥행에 성공했다. 잠실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 중인 ‘맨 오브 라만차’는 2005년 초연 이후 다섯 번째 무대인데 올해 흥행 성적이 가장 좋았다. 이에 힘입어 공연 기간을 두 달 넘게 연장해 12월 31일까지 6개월여의 장기공연에 도전하고 있다.
2010년 성남아트센터를 시작으로 올해가 세 번째 공연인 ‘잭 더 리퍼’도 올여름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공연의 흥행성적이 앞서 두 번을 뛰어넘었다. 서울 신도림동 디큐브아트센터에서 10월 7일까지 공연하는 ‘시카고’도 손익분기점을 충분히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캐치 미 이프 유 캔’(블루스퀘어 삼성카드홀) ‘라카지’(LG아트센터) ‘두 도시 이야기’(충무아트홀 대극장)도 초연으로는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말 개관한 뮤지컬 전용극장 블루스퀘어(삼성전자홀 1700여 석·삼성카드홀 1400여 석)와 디큐브아트센터(디큐브씨어터 1200여 석)가 가져온 효과로 분석한다. ‘위키드’를 들여온 설앤컴퍼니의 설도윤 대표는 “뮤지컬은 제작비가 비싸기 때문에 좌석수가 충분히 확보되는 공연장에서 장기 공연해야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데 블루스퀘어가 생기면서 좋은 작품을 들여올 여건이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블루스퀘어에서 공연한 ‘조로’ ‘엘리자벳’ ‘위키드’는 모두 국내 초연작으로 흥행에 성공했다.
서울 공연문화 사각지대였던 서남권에 들어선 디큐브아트센터의 공도 만만치 않다. 디큐브아트센터에서 장기 공연된 ‘맘마미아!’와 ‘시카고’의 흥행성적도 역대 최고 수준이다. 뮤지컬 평론가 조용신 씨는 “디큐브아트센터가 영등포 지역뿐 아니라 부천, 인천 등 경기 서남권 관객까지 끌어 모으면서 관객의 저변을 넓혔다”고 평가했다.
40, 50대 관객 확대도 시장을 키운 요인으로 꼽힌다.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의 경우 2005년 초연 때 40, 50대 예매자 비율이 14.2%였지만 올해는 19.3%로 높아졌다. 올여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한 ‘모차르트!’도 40, 50대 예매자 비율이 초연 때인 2010년 18.1%에서 지난해 20.1%, 올해 36.1%로 두 배로 뛰었다.
라이선스 뮤지컬의 흥행 호조 속에 창작뮤지컬의 흥행 성적이 저조한 점도 짚고 넘어갈 부분이다. 블루스퀘어에서 초연된 ‘번지점프를 하다’와 디큐브아트센터에서 초연된 ‘파리의 연인’ 등 대형 창작뮤지컬의 흥행 성적은 라이선스 뮤지컬 초연작에 훨씬 못 미쳤다. 2009년 초연된 창작뮤지컬 ‘영웅’이 최근 티켓가격을 초연 때의 절반 수준인 3만∼5만 원으로 낮춘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공연계에선 라이선스 뮤지컬의 흥행 성적이 워낙 좋기 때문에 ‘영웅’의 시도는 ‘찻잔 속 태풍’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