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째 국경일 전날 거리에 태극기 내걸고 소외계층 돕고…이인수 씨 순천 시민賞
이인수 씨는 2003년부터 전남 순천시 왕조2동에 국경일마다 태극기 달기 운동을 하고 있다. 순천시 제공
이인수 씨(73)가 바로 왕조2동의 태극기 할아버지다. 이 씨는 2003년부터 국경일이 되면 동네 곳곳에 태극기를 게양하고 있다. 그동안 낡은 태극기 100개를 교체했고 통장을 하면서 받은 포상금으로 태극기 400개를 구입해 각 가정에 나눠주기도 했다.
이 씨는 1969년부터 1971년까지 베트남전에 참전했다. 입대 당시 나이가 30세였다. 초등학생 딸을 둔 학부모였지만 4남 1녀의 장남으로 동생들을 돌보다 늦깎이 입대를 했다. 이 씨는 백마부대인 9사단 1연대 1대대 소총수로 10여 차례 전투에 참여했다.
이 씨는 제대 이후 자녀 4남매를 키우기 위해 공사판, 농사 등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그는 자녀들을 다 키우고 난 뒤 9년 전부터 쌈짓돈을 모아 태극기 달기 운동을 시작했다. 주변 사람들이 태극기에 너무 무심한 것이 못내 아쉬웠다. 이와 함께 이 씨는 해마다 추석이나 설이 되면 경로당 14곳에 20kg들이 쌀 한 포대씩을 전달하고 있다. 또 불우이웃돕기 성금도 보태고 있다. 배고픔의 서러움을 알기 때문이다.
이 씨는 그동안 태극기 달기 운동과 소외계층을 도운 노력을 인정받아 순천 시민의 상 사회복지 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 이 씨는 “국경일 전날 도로변에 태극기를 달 때 학생들이 ‘내일 우리 집에도 태극기를 달아야겠다’고 말하는 것을 들으면 뿌듯하다”며 “힘이 남아 있는 한 태극기 달기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