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FM ‘나얼의 음악세계’(매일 오전 2∼3시)를 진행하는 가수 나얼. 프로그램 시작을 알리는 시그널은 청취자들의 귀를 즐겁게 할 뿐 아니라 자신의 음악을 알리는 효과적인 홍보 수단이다. 산타뮤직 제공
20일 발매된 국내 리듬앤드블루스(R&B) 싱어송라이터 나얼의 1집에 실린 ‘러브 돈(Love Dawn)’은 2분 43초짜리 연주곡이다. 보컬 없이 피아노와 신시사이저 연주, 컴퓨터 프로그래밍 음향으로 이뤄진 짧은 곡이지만 주요 음원 사이트 종합 순위 20위권에 들었다.
발표되기도 전에 10개월간 매일 지상파를 타는 ‘호강’을 한 것이 그 비결이라면 비결이다. ‘러브 돈’은 지난해 11월부터 나얼이 진행하는 프로그램(KBS 2FM ‘나얼의 음악세계’)에 첫 회부터 시그널 뮤직(프로그램 정체성을 알리는 음악)으로 쓰였다. 나얼은 “제작 당시부터 앨범 수록을 염두에 두고 만든 곡”이라며 “시그널에 쓰려고 1분 10초짜리로 만들었는데, 정규 앨범 작업을 하며 길이를 늘렸다”고 말했다.
배우 최강희는 지난해 가수 데뷔곡 ‘불면증’을 발표하기 전 자신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노래 일부를 미리 흘려 ‘간’을 봤다. 청취자들은 “최강희가 직접 시그널 음악을 노래해 신선하다”며 관심을 보였다. 작사가 겸 가수로 활동하는 메이비도 비슷한 전략을 썼다. 그는 2008년 디지털 싱글 ‘아이즈 온 미’ 수록 곡 ‘어쩜 좋아’에서 자신이 진행한 라디오 프로그램 음악을 ‘재활용’했다.
이미 발표된 곡을 개사하는 때에도 ‘티저의 법칙’은 유효하다. 악곡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만 짧게 노출해 원곡에 대한 궁금증을 자극하는 것. 제작진은 비용 부담을 덜고 프로그램에 신선한 분위기를 불어넣으려고 인디 밴드나 덜 알려진 뮤지션에게 곧잘 곡을 의뢰한다. 가수들도 음악 팬이 대부분인 라디오 고정 청취자들을 잠재적 팬으로 확보할 수 있어 좋아한다.
임대진 미러볼뮤직 이사는 “어떤 음악이든 6초 이상 방송을 타면 저작권료를 받을 수 있지만 미미한 액수다. 시그널 제작은 돈을 안 받고 해 주는 경우가 많은데 방송에 자연스럽게 노출돼 홍보 효과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