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서스7’ 출시 맞춰 방한
“한국은 이미 세계의 기준이 되고 있습니다.”
에릭 슈밋 구글 회장은 27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태블릿PC ‘넥서스7’의 국내 출시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한국인의 앞선 스마트폰 활용 경험은 앞으로 10년간 아시아, 미국을 거쳐 전 세계로 퍼져나갈 것”이라며 “한국이 정보기술(IT) 업계에서 세 번째 변화의 물결을 주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가 이날 국내에 선보인 넥서스7의 16GB(기가바이트) 모델은 29만9000원으로 애플의 ‘뉴 아이패드’나 삼성전자 ‘갤럭시노트10.1’의 절반에도 못 미쳐 가격 경쟁력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28일부터 롯데마트와 하이마트 매장에서 예약을 받으며 다음 달 중순부터 매장에서도 살 수 있다. 온라인 쇼핑몰을 통한 판매도 함께 진행된다.
○ 모바일의 중심은 한국
슈밋 회장에 따르면 첫 번째 변화는 1970년대 일본에서 나온 소니의 ‘워크맨’, 비디오플레이어 같은 전자제품이 이끌었다. 하드웨어 혁신이다. 두 번째 변화는 2000년대 초반 미국 애플이 MP3플레이어 ‘아이팟’을 통해 시작한 소프트웨어 혁신이다. 그리고 2010년부터 모바일 기기에 기반을 둔 ‘클라우드 혁명’이 시작됐다. 슈밋 회장이 보기에 이 진원지가 바로 한국이라는 것이다. 클라우드란 언제 어디서나 모바일 기기로 인터넷에 연결해 영화, 음악 등의 콘텐츠를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을 뜻한다.
슈밋 회장은 “한국은 인터넷과 모바일 문화의 발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강조했다. 이미 구글의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 장터인 ‘구글 플레이’에서 두 번째로 많은 앱을 내려받는 나라가 한국이며 삼성전자, LG전자, 팬택 등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주도적으로 만드는 곳도 한국이라는 것이다. 그는 “한국은 안드로이드 천국”이라고 표현했다.
이 같은 말이 과장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듯 이날 행사에는 슈밋 회장 외에 앤디 루빈 부사장, 휴고 바라 제품개발 총괄이사 등 구글 최고경영진이 대거 함께했다. 한국 시장에서 구글이 넥서스7의 성공에 거는 기대가 크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구글은 이날 구글 플레이에서 영화를 서비스하는 ‘구글 무비’의 문도 열었다. 구글은 그동안 앱, 게임, 전자책 등을 국내에서 순서대로 공개하며 국내 콘텐츠 시장 공략을 차근차근 준비해왔다. 앞으로 음악만 들어가면 거의 모든 한국어 문화 콘텐츠를 파는 유일한 글로벌 업체가 되는 셈이다. 애플은 물론이고 한국 사업을 오래 진행한 마이크로소프트도 못한 일이다.
슈밋 회장은 한국 문화에도 큰 관심을 보였다. 특히 싸이의 ‘강남스타일’에 대해 “한국이 최근 달성한 업적 가운데 최고의 성공사례”라며 “발굴되지 않았던 신인들을 다른 나라에 소개하고 성공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슈밋 회장은 삼성전자와 애플이 벌이고 있는 특허소송에 대해서는 “구글을 대표하는 것은 혁신이지 특허소송이 아니다”라며 “휴대전화나 태블릿PC의 판매 중단 조치는 혁신을 억누르는 행위”라고 말했다. 이는 사실상 애플을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창규 기자 k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