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신 이름 딴 CJ인비테이셔널 출전 앞둔 최경주
최경주가 27일 경기 여주 해슬리나인브릿지 골프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다음 달 4일 이곳에서 자신의 이름을 걸고 열리는 CJ인비테이셔널을 담배연기 없는 대회로 만들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CJ인비테이셔널 조직위원회 제공
최경주(42·SK텔레콤)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 진출한 첫해인 2000년 초 자신의 모습을 이렇게 회상했다. 그가 말한 다른 선수들이 안하는 것은 바로 ‘흡연’이었다.
27일 경기 여주 해슬리나인브릿지 골프장. 자신의 이름이 걸린 CJ인비테이셔널(10월 4∼7일)에 출전하기 위해 귀국한 최경주는 “품격 있는 골프대회로 만들기 위해 담배연기, 담배꽁초가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가 만약 계속 담배를 피웠다면 이 나이까지 선수 생활을 할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주민등록상 1970년생이지만 실제로는 1968년에 태어났다. 한국 나이로는 벌써 45세인 셈이다.
최경주는 올해 PGA 투어에서 우승 없이 톱10에 2번밖에 들지 못했다. 적지 않은 나이 때문에 ‘이제 하향곡선을 그리는 것 아니냐’는 말을 듣는다고 했다. 그는 “모든 건 내 안의 자아에 달려 있는 것 같다. ‘나이 때문에 공이 안 간다’고 생각하면 정말 그렇게 된다. 하지만 지금처럼 꾸준히 자기 관리를 하고 연습량을 늘리면 앞으로 5년은 더 뛸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최경주는 2008년 소니오픈 우승 이후 지난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할 때까지 약 40개월간 ‘우승 가뭄’에 시달렸다. 그때도 ‘이제 끝난 게 아니냐’는 눈길이 적지 않았지만 그는 “장거리 비행을 하려면 중간에 급유를 해야 하지 않느냐. 지금이 바로 그런 시기다”라고 말한 뒤 지난해 화려하게 재기했다.
PGA에서 8승을 거두고 있는 그는 “여전히 목표는 10승이다. 올해는 더 잘하려는 생각에 마음이 조급했던 것 같다. 내년에는 PGA 진출 첫해 아무도 없는 곳에서 홀로 연습했던 초심으로 돌아가려 한다”고 말했다. 그 시기는 그가 담배를 끊고 골프에만 모든 정신을 매진했던 때다.
여주=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