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상자 울리츠카야 인터뷰
올해 세계문학상으로 거듭난 제2회 박경리 문학상 수상자인 러시아의 소설가 류드밀라 울리츠카야. 그는 “내게 장편을 쓰는 일은 늘 힘들다. 장편 하나를 끝낸 뒤 회복하려면 오래 걸린다. (‘토지’와 같은) 대하소설을 나는 절대 쓰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토지문화재단 제공
제2회 박경리 문학상 수상자인 러시아 소설가 류드밀라 울리츠카야(69)는 e메일 인터뷰에서 이렇게 수상 소감을 전했다. 마흔 살에 늦깎이 소설가로 데뷔한 그는 현대 러시아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적인 석유재벌 미하일 호도르콥스키를 두둔하는 소신 행보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울리츠카야는 다음 달 25일 방한해 시상식을 비롯한 각종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다.
―박경리 문학상을 받은 첫 번째 외국 작가이다.
―박경리 선생의 작품을 읽어봤나.
“러시아어로 번역된 ‘김약국의 딸들’의 일부를 읽어 보았다. 마음을 움직이는 작품이었다. 특히 바닷가 도시 통영과 그곳 사람들에 대한 묘사가 인상적이었다. 내 작품 ‘메데이아와 그녀의 아이들’과 비슷한 점이 있다는 느낌도 받았다. 하지만 나는 박경리 선생과 같은 대하소설은 절대 쓰지 못했을 것이다.”
―대표작 ‘소네치카’에서 배신의 가족사를 견뎌내는 ‘소냐’란 인물이 인상적이다.
“소냐는 전쟁의 고통, 전후의 가난을 겪고 남편의 외도로 크게 상처를 받지만 남편에 대한 사랑은 변하지 않는다. 심지어 남편이 죽은 후 남편의 젊은 첩을 가족으로 받아들이는데 이것이야말로 ‘관용’의 승리다. 나는 러시아 여성을 높이 평가한다. 여성들이 겪어야 했던 삶의 질곡은 그들을 강하게 만들었다.”
“호도르콥스키가 정부, 정권, 경제 문제 해결에 대한 견해를 이야기할 기회라고 생각했다. 감옥에 있는 사람에게 이는 매우 중요하다.”
―어떤 억압을 느낀 적이 있었나.
“유무형의 억압을 느낀 적은 없다. 내 작품에는 정치적 요소가 없다. 나는 개인과 국가의 관계보다 인간의 내적 자유에 관심을 갖는다. 나는 자유를 좋아하는 사람이다. 내 마음에 드는 정권은 전 세계에 없을 것이다.”
―‘나의 소설은 잃어버린 가족의 의미를 찾는 것’이란 말을 했는데….
―‘러시안 마멀레이드’ 등 당신의 희곡 몇 편이 한국에서 무대화된 적이 있다.
“전혀 모르고 있었다. 녹화 자료를 통해서라도 연극을 보고 싶다.”
―한국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수준 높은 한국 문학상을 받게 되어 매우 기쁘다. 내 작품에 흥미를 가진 심사위원, 독자에게 감사드린다. 생활 방식, 전통에 큰 차이가 있지만 인류의 공통 관심사가 있다. 진심 어린 관심과 서로에 대한 존중은 상호관계에 아름다운 바탕이 된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