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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은 聖人 행동은 俗人… 안철수, 사과할 일 이번뿐일까

입력 | 2012-09-28 03:00:00

■ “있는 그대로 쓴다”더니… 속속 밝혀지는 언행 불일치




 

고개 숙인 안철수 안철수 대선후보가 27일 서울 종로구 공평동에 있는 캠프 사무실에서 2001년 아파트 매입 때 다운계약서를 작성한 사실에 대해 “국민께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무소속 안철수 대선후보는 각종 저서와 인터뷰에서 높은 도덕성과 투명성, 원칙 있는 삶을 강조해 왔다. 이를 접한 사람들은 안 후보를 마치 성인(聖人)처럼 여기기도 했다.

안 후보는 지난해 쓴 책 ‘안철수 경영의 원칙’에서 “글을 쓴 지 20년이 넘는데 글이 참 무섭더라. 글이라는 것이 당시 자기가 이해타산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변명을 써놓으면 나중에 죽어도 부끄럽게 된다. 그래서 심각하게 말하면 ‘글은 역사의식을 가지고 써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글을 쓸 때 있는 그대로 쓴다”고 말했다. 자신의 글이 진실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그러나 최근 드러나고 있는 일련의 과거 행적들을 보면 평범한 사람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글과 말은 성인, 행동은 범인(凡人)’의 언행 불일치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를 의식한 듯 안 후보는 19일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나도 열심히 살려고 노력했지만 부족하고 실수도 많이 하고 결점도 많은 사람”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 “탈세는 일벌백계”

안 후보는 책 ‘안철수의 생각’에서 “탈세가 드러날 경우 일벌백계로 엄중하게 처벌해 세금을 떼먹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예를 들어 탈세액의 몇 배를 물리는 징벌적 벌금제를 도입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2001년 서울 송파구 문정동 아파트를 부인 김미경 교수 명의로 매입하면서 실거래가보다 낮은 금액으로 다운계약서를 작성하고 이에 따른 취득·등록세를 탈루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27일엔 2000년 서울 동작구 사당동 아파트를 팔 때에도 실거래가는 물론이고 기준시가(1억5000만 원)의 절반도 안 되는 7000만 원으로 다운계약서를 작성한 의혹이 제기됐다.

안 후보 측은 문정동 아파트 다운계약서에 대해 “당시 관행이었고 김 교수는 부동산 중개업소에 업무를 일임했다”고 해명했다. 엄밀히 말해 실거래가 신고가 의무화된 2006년 이전까지는 다운계약서로 신고한 건 불법이 아니다. 하지만 2006년 이후 기준으로 보면 안 후보가 최소 1000만 원의 세금을 탈루한 셈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문제는 그가 책에선 ‘탈세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강조했다는 점이다. 안 후보는 도덕성의 덫에 스스로 발목 잡힌 것이다. 적지 않은 고위공직자들이 인사청문회에서 다운계약서 작성으로 질타를 받았다.

○ “군대생활은 공백기, 고문”

새누리당 심재철 최고위원은 27일 안 후보가 1995년 펴낸 ‘별난 컴퓨터 의사 안철수’의 한 대목을 인용하며 “안 후보는 국민의 신성한 의무인 병역에 대한 가치관이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안 후보는 1991년 2월∼1994년 4월 해군 군의관으로 복무했다.

심 최고위원은 책 내용 중 “군대생활 39개월은 나에게 커다란 공백기였다. 내가 배속된 곳은 의학 연구를 할 수 없었으며 컴퓨터 일을 할 여건도 되지 못했다. 그것은 내게 엄청난 고문이었다”는 부분을 지적했다.

심 최고위원은 “안 후보는 군복무를 한 진해에서 1년 동안 주말마다 외박해 비행기를 타고 서울에 와서 미주 보너스 항공권까지 받았고, 2년은 서울의 연구소에 배치돼 매일 집에서 출퇴근하는 ‘귀족’ 군 생활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입대 전 사회생활 때 한 일을 할 수 없게 됐다고 ‘공백기’ ‘고문’이라고 폄훼하는 건 안보에 대한 오도된 가치관이자 군과 군인에 대한 모독”이라고 비판했다.

안 후보 측 유민영 대변인은 “대꾸할 가치가 없는 주장”이라고만 말했다.

○ “집 없는 설움을 잘 안다”

안 후보는 ‘안철수의 생각’에서 “오랫동안 전세살이를 해봐서 집 없는 설움을 잘 안다”고 썼다. 안 후보가 전세를 산 기간은 8년이다. 하지만 이 중 상당 기간은 집을 보유한 상태에서 다른 집에 전세를 살았다.

2008년 KAIST 석좌교수 시절에는 무료 사택을 마다하고 학교에서 1억 원을 지원받아 194.6m2(약 60평)짜리 빌라 전세를 살기도 했다.

그는 같은 책에서 “부모님께 손 벌리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도 했지만, 1988년 판자촌 재개발아파트 입주권(일명 ‘딱지’) 매입을 통해 구입한 서울 동작구 사당동 아파트는 자신의 모친이 사준 것이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동영상=안철수, 부인 ‘다운계약서’ 공식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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