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에 들뜬 마음으로 고향집이나 가족 모임을 찾았다가 되레 스트레스만 쌓여 돌아오는 사람들도 있다. 예전에는 ‘명절 스트레스’가 음식 하랴 설거지 하랴 집안일에 시달리는 주부들에게 한정됐으나 요즘 들어선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명절이 괴로운 사람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오랜만에 일가친척이 모여 근황을 주제로 이야기꽃을 피우다 으레 “요즘 몇 등 하냐” “언제 아기를 낳을 거냐” 같은 질문이 나오고, 승진이나 아파트 평수 등을 두고 남과 비교하는 이야기도 오간다.
▷‘싱글남녀’ ‘백수남녀’ 마음도 주부들 못지않게 무겁다. 정신적 스트레스 때문에 ‘차라리 명절이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하는 이들도 있다. 최근 20, 30대 미혼남녀 134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명절 스트레스’ 설문조사에 따르면 ‘가장 듣기 싫은 명절 잔소리’로 41.6%가 ‘빨리 결혼하라’는 잔소리를 꼽았다. ‘소개팅’이라도 해주면서 그런 말을 하면 미움을 덜 받을 것이다. ‘돈 많이 벌어라’ ‘좋은 직장 구해라’ ‘다이어트 해라’ 등도 당사자들이 심각하게 고민하는 상처를 끄집어내 왕소금을 뿌리는 말들이다.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