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하는 여자들의 그림책/베아트리스 퐁타넬 지음·심영아 옮김258쪽·2만7500원·이봄
18세기 이전 수도가 들어오지 않았던 때의 설거지는 고역이었다. 기름기 있는 음식을 담았던 그릇들은 아궁이에서 꺼낸 식은 재를 축축한 헝겊에 묻혀 닦아 헹궜고, 냄비 바닥에 음식이 눌어붙었을 때는 고운 모래나 벽돌 가루를 묻힌 헝겊으로 문지르기도 했다. 시커먼 아궁이, 그을음이 눌어붙은 벽에 줄줄이 걸린 구리 냄비들, 하수구 냄새가 빠져나가도록 환기용 굴뚝이 중앙에 자리 잡은 부엌은 지옥 같은 열기가 감도는 곳이었다.
산업시대 산물인 요리용 화덕이 19세기 말 조리용 레인지로 변모하면서 부엌은 ‘하찮고 후미진 곳’에서 실험실처럼 깔끔한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