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쥘 미슐레 지음·정진국 옮김/432쪽·1만9000원·봄아필
중세 마녀사냥의 역사는 서양인들에겐 일종의 원죄다. 사회적 약자의 종교로 출발한 기독교의 이름으로 그 사회적 약자들을 정치·사회적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희생양으로 삼는 ‘사탄의 죄악’을 저질렀기 때문이다. ‘프랑스혁명사’로 유명한 저자가 1862년에 발표한 이 책은 ‘기독교=문명’의 이름으로 ‘자연=다신교=여성=마녀’에게 가해진 야만적 폭력을 통렬하게 고발한 이 분야의 고전이다. 마녀로 고발된 여인들을 오히려 매력적 존재로 바라본 시각이 지금 읽어도 감탄스럽다. 현대 프랑스 저술가들의 글과 달리 짧고 비유가 풍부한 문장으로 술술 잘 읽힌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바로잡습니다] 9월 29일자 19면 ‘중세 마녀사냥은 기독교의 치명적 오점’ 기사에 소개된 책 ‘마녀’는 영어 번역본을 우리말로 다시 번역한
중역본(重譯本)이 아니라 프랑스어 원문을 직접 번역한 것이며 영어본은 번역 과정에서 참고용으로만 사용한 것입니다.